[오늘의 DT인] "100일 내 백신 개발?…장기 임상시험 통해 안전성·효과 검증돼야"

이민우 2024. 7. 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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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
추락한 접종률…작년 백신 절반 사실상 '폐기'
"미비한 이상반응·효과 분석이 국민 불신 야기"
"백신 수요 예측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했어야"
감염병 공무원도 순환보직…"전문행정력 기대 어려워"
"미래 팬데믹 혼란 최소화 위해 전문가 소통 창구 마련해야"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 <창원파티마병원 제공>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 <창원파티마병원 제공>

"신종 감염병 창궐 후 100일 이내 백신, 200일 이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임상시험을 통해 안정성·효과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치료제를 시간을 정해놓고 개발하겠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의 경험과 현재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예산을 써도 동물시험을 한 결과로 몇 편의 논문만 남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간에 쫓겨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는 국민 불신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마저 접종률은 일상회복과 함께 추락하는 추세다. 질병청은 지난해 1550만회분의 백신을 해외에서 사들여 국내 접종을 진행했다. 질병청은 고위험군의 접종을 거듭 강조했으나, 고령층 접종률은 41%에 그쳤다.

사용하지 못하고 남은 백신 물량은 832만회분으로 전체의 54%에 달했다. 잔여 물량은 제약·바이오사에 필요한 경우 연구개발용으로 기증하겠다는 게 질병청 측 설명이다. 그러나 수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해외에서 사들여 온 백신의 절반가량이 버려지는 셈이다.

마 위원장은 "백신접종률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국민에게 백신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효과에 대한 국내 자료 분석이 안되어 백신정책이 제대로 결정되지 못한 것이 국민 불신을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격리·입원 치료비 늑장 지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과 지자체는 치료비 청구 심사를 마친 뒤 1개월 이내 치료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17개 시도에서 150억원 상당의 코로나19 치료비 지급이 밀린 상태다. 일상회복 이후 삭감된 예산 탓에 차일피일 뒤로 미뤄지고 있다.

마 위원장은 "정부, 공무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적절한 백신 수요 예측 역시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 후 결정해야 할 문제인데, 이러한 과정이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질병청이 넥스트 팬데믹으로 '변종 독감'을 꼽은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그는 "신종감염병 발생을 예상하고 발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질병청이라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백일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독감) 등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병 유행에서 시기와 환자 수를 예측하는 것을 불가능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감염병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순환보직이라는 공무원 인사정책 원칙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금 같은 공무원 인사정책으로는 전문행정력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감염병 유행을 대비해 공공 조직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창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과의 소통창구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도 촉구했다. 마 위원장은 "방역정책을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논의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도 전문가들의 판단에 신뢰를 가지고 따라주어야 향후 팬데믹이 왔을 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 위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현재는 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최근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백일해에 대해 "당장은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토착화된 감염병이며 국내에서는 증상이 가볍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마 위원장의 설명이다.

최근 백일해 환자가 급증은 '검사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은 학교에서 기침만 하면 백일해 검사를 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검사가 늘었고, 환자도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청 자료를 보면, 백일해균이 68%(159건), 홈자이균(B.holmesii)이 24.7%(60건), 기타 보르데텔라속균(B.spp.)이 6.4%(15건) 검출, 백일해균 및 근연종이 동시 유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백일해라고 알려진 사례 중 상당수는 백일해가 아닐 수 있다. 환자들의 역학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전문가들에게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역 정책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감염병은 인류에게 많은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지만, 피할 수는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하면 더 큰 공포와 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논의해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구조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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