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도시’ 도봉구 생태도서관 폐쇄·환경교육센터 이전 논란

기민도 기자 2024. 7. 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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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도시'를 표방한 서울 도봉구가 10여년 전 주민들이 풀뿌리 공동체 운동으로 일군 생태도서관을 폐쇄하려다 지역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도봉구는 도서관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환경교육센터를 축소해 이전하려던 애초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환경교육센터를 이전시켜 지역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려던 도봉구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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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재검토할 것”
지은림 숲속애 사무국장이 지난 26일 도봉구 ‘생태도서관 숲속애\'에서 숲속애 폐쇄 반대 팻말을 들고 있다.

‘환경교육도시’를 표방한 서울 도봉구가 10여년 전 주민들이 풀뿌리 공동체 운동으로 일군 생태도서관을 폐쇄하려다 지역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도봉구는 도서관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환경교육센터를 축소해 이전하려던 애초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오전에 찾은 도봉구 방학3동 ‘생태도서관 숲속애’ 건물 주변에는 ‘숲속애 폐쇄 반대’라고 쓰인 팻말과 1천명 넘게 참여했다는 서명 용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숲속애는 자유로운 도서관, 공동체 텃밭, 숲 체험 놀이, 방학 중 아동 돌봄, 근력 강화 운동 등 다양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동체의 허브 같은 곳이다. 오랫동안 우범 지역으로 방치된 땅을 2011년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 임대한 뒤 공동체 문화 공간으로 가꿨다. 이후 도봉구가 2015년 부지를 인수한 뒤 2021년 도서관 건물을 신축해 ‘협동조합 숲속애’에 운영을 위탁해왔다. 위탁 기간은 올해 종료된다.

도서관에 붙은 7월 시간표를 보니 여러 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빽빽했다. 이날 인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7명도 건물 앞 숲 놀이터에서 뛰놀다가 안으로 들어와 익숙한 듯 20분쯤 그림책을 읽고 돌아갔다. 도봉구에 살 때 첫째·둘째 아이와 이곳에서 생태 텃밭을 가꿨다는 김진영(42)씨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오늘도 초등학생 둘째 딸과 함께 성북구에서 30분 걸려 이곳에 왔다”고 했다.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공간인 만큼 올해 말 폐쇄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사회가 들끓었다. 이날 숲속애에서 만난 지수현(67)씨는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 봉사해온 사람들과 도서관 이용 주민들을 이렇게까지 무시해도 되느냐”며 허공을 한참 쳐다보다 이내 눈물을 흘렸다. 지씨는 13년 전부터 숲속애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지난 26일 도봉구 ‘생태도서관 숲속애\'의 부지에 있는 숲 놀이터에서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잠자리채 등을 들고 놀고 있다.

이곳으로 옮겨 올 예정인 도봉환경교육센터 관계자들 역시 심란하긴 마찬가지다. 2003년 도봉구가 설립한 센터는 숲속애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26일 찾아간 센터 벽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환경부 장관이 발행한 ‘우수 환경교육프로그램 지정서’가 12개나 붙어 있었다. 그만큼 환경교육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곳에선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3월부터 12월까지 도봉구 관내 주변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자연 생태 체험, 기후 환경 수업을 진행한다. 10년차 자원봉사자 김미란(54)씨는 지난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도봉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최초로 ‘환경교육도시’ 환경부 인증을 받았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구 유일 공식 환경교육기관인 센터를 축소해선 안 된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환경교육센터는 건물 2개 동이 있어 초등학교 2개 반을 6개 팀으로 나눠 수업할 수 있지만, 도서관이 중심인 숲속애에서는 이런 수업이 불가능하다. 숲속애 폐쇄도 문제지만 환경교육센터 축소도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센터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대부분 센터가 위치한 ‘발바닥공원’의 생태 환경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센터를 옮기면 교육 프로그램도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26일 도봉구 환경교육센터 건물에 붙어 있는 환경부 장관 명의 우수 환경교육프로그램 지정서 12개.

환경교육센터를 이전시켜 지역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려던 도봉구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도봉구 관계자는 지난 30일 “지역의 어르신이 여가를 보낼 만한 공간이 없어 5월 말에 센터 이전 계획을 마련했다”며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니 계획을 재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오언석 구청장도 8월21일 자원봉사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도봉구는 “계획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면담 전까지 합리적인 대안을 복수로 마련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글·사진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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