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차갑고 건조하다"…전도연, '리볼버'의 위력 (간담회)

김다은 2024. 7. 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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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다은기자] "제가 대단한 연기 하나를 또 하나 해냈네요." (이하 전도연)

'무뢰한'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그리고 '길복순'. 이쯤 되면 누아르 전문 배우다. 베를린까지 "완벽한 연기다"고 호평한 이름이다.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로 다시 킬러의 옷을 입었다. 그러나 본 적 없는 연기를 펼쳤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건조한 얼굴이다.

러닝타임 내내 무표정으로 연기에 임했다. 경찰 진압봉 하나로 총을 쥔 빌런들을 상대하기도 한다. 오 감독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소화하더라"며 감탄했다.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 측이 3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배우 전도연, 임지연, 지창욱, 오승욱 감독이 자리했다.

'리볼버'는 범죄 누아르 영화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과정을 그린다.

누아르라기엔 다소 조용하다. 특히 인물들의 서사가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대사로만 소개된다. 관객의 상상력에 온전히 맡길 수밖에 없다.

오 감독은 이에 "대화로만 진행되는 우리 영화를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배우들이 날개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114분 동안 주인공 하수영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오 감독은 "투명 인간이었던 존재가 피, 뼈, 육체를 찾고 끝에 자존심을 회복한다. 그의 승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의 시작은 앞선 보고회에서도 알려졌듯, 전도연의 선 제안이었다. 따라서 오 감독은 수영의 모티브를 전도연으로 두고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오 감독은 "전도연이 가지고 있는 타자에 대한 특별한 공감 능력을 더했다. 악당들과 마주쳐도 품격을 잃지 않는 캐릭터가 됐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완벽한 해석력과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가 맡은 하수영은 큰 보상을 약속받고 교도소에 다녀온 전직 경찰. 출소 후 대가를 되찾고자 거침없이 나아간다.

차갑지만 뜨거운 얼굴을 갈아 끼웠다. 억울하고 분통한 상황에도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그가 바라는 '대가'만을 향해 질주한다.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다.

오 감독은 "시나리오에 '무표정'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많았다. 전도연이 해석을 잘 해줬다"며 "여지를 두면 훨씬 좋은 것들을 만들어 줬다"고 칭찬했다.

전도연은 캐릭터에 오 감독과의 전작 '무뢰한'의 결이 묻어있었다면서도 "'무뢰한'의 김혜경은 감정을 많이 드러낸다.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도연의 액션 또한 관전 포인트다. 경찰봉 하나로 빌런들은 속수무책으로 만든다. 다만 '길복순' 같은 액션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일단 액션 신이 많지 않다. 오 감독은 "특별한 액션을 넣고 싶지는 않았다. 복잡한 기술보다 감정이 우선되는 액션을 바랐다. 테이크 지속시간도 짧다"고 했다.

하지만 전도연 특유의 날쌘 움직임과 눈빛이 힘을 더한다. 특히 허명행 무술감독이 의기투합했다. 허 감독과 전도연은 '무뢰한'에서도 합을 맞췄다.

전도연은 "감독님이 짧고 강렬한 액션을 원하셨다. 또 당시 '길복순' 이후에 영화를 찍었다"며 "허 감독님도 특별한 연습 없이 현장에서 하자고 하셔서, 촬영장에서 배워갔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창욱이 앤디로, 임지연은 정윤선으로 출연한다. 지창욱은 나사 빠진 금수저 망나니로, 임지연은 백치미의 매력을 가감 없이 뽐낸다.

두 사람은 중반부 루즈해지는 전개에 숨을 불어넣는 존재들이다. 지창욱은 전도연에게 뚜드려 맞으면서도 광기를 잃지 않는다. 임지연은 치고 빠질 때를 안다.

지창욱은 "이번 작품 하면서 전도연 선배님을 처음 뵀다. 유난히 긴장을 많이 했다"고 했고, 임지연은 "환상의 파트너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바랐다.

특별출연진도 눈길을 끌었다. 이정재가 수영의 전 애인을, 정재영이 수영의 사수를, 전혜진은 앤디의 누나로 등장한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마지막으로 전도연은 "저도 오늘 영화를 처음 봤다. '리볼버'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 웃었다"며 "관객이 많이 보고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는 다음 달 7일 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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