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하마스 1인자 피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서열 1위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당했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이스라엘 급습을 받아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주요 인사를 암살한 건 처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2004년에도 아파치 헬기와 헬파이어 미사일로 하마스 창설자인 아흐메드 야신을 살해했다. 이 사건은 하마스의 탄생 역사를 살펴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야신은 원래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지원을 받아 설립된 단체인 ‘무자마 알 이슬라미야’에서 활동했다.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은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주적으로 여겼기에 야신의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야신은 1987년 이스라엘의 차별과 억압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의 자발적 집단 봉기인 1차 인티파다가 일어나자 하마스를 창설하고, 이스라엘을 향한 본격적인 무장투쟁에 나섰다. 하마스는 1993년 이스라엘과 PLO가 맺은 오슬로협정도 인정하지 않고,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거부하며 무장투쟁을 이어나갔다. 야신에게 힘을 실어 PLO를 견제하려 했던 이스라엘이 결과적으로 하마스만 키워준 격이 되었다.
하마스가 새로운 주적이 되자 이스라엘은 2004년 야신을 암살했지만, 하마스는 궤멸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발로 하마스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지지는 더욱 높아졌고, 2006년 가자지구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하마스가 승리해 가자지구를 합법적으로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역사는 하니예가 암살된 후에도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대만큼 약화하지 않을 거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실제 지난 3월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한 후 하마스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지는 더 높아졌다.
하니예 암살로 분명해진 건 가자지구 휴전 가능성은 더욱 멀어지게 됐고, 심장부를 공격당한 이란의 대응 수위에 따라 중동 정세가 크게 요동칠 것이란 점이다. 골란고원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확전이 우려되는 와중에 또 하나의 거대한 불씨가 지펴졌다. 이 피의 보복의 끝이 뭘지 걱정스럽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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