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동훈 대표 요청으로 회동···“윤·한 긴장해소 계기” VS “한 대표 생각은 그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0일 대통령실에서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만 배석한 ‘3인 회동’이다. 불화설을 잠재우고 당·정 밀착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선 대통령과 대표의 만남만으로 당·정 간의 근본적 입장차가 해소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전날 대통령 집무실에서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만났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정 실장만 배석한 채로 면담이 이뤄졌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점심 약속을 미루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밝혔다. 소수로, 장시간 대화를 했으며 관계가 회복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면담 과정에서 한 대표에게 “정치는 결국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또 “조직의 취약점을 (보완해 조직을) 강화해서 조직을 잘 이끌어나가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애정어린 조언”이라고 표현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조언에 “대통령님 걱정없이(걱정하지 않도록) 잘 해내겠다”고 답변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당직 인선을 두고는 “당 대표가 알아서 잘 해달라”고 말했다. 친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임 여부를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 간 갈등 양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당 인선이 마무리돼 당 지도부가 정리되면 관저로 초청해서 만찬을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대표가 직접 윤 대통령에게 요청을 해서 만남이 성사됐다”며 “법조 시절부터 있었던 일들도 회고하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소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환영과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반응이 동시에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두 사람이 약간 긴장 관계였는데 그런 걸 해소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친윤계에서도 ‘내가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싫어하는 걸로) 분위기를 잘못 파악했나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국무회의 직후 차 한잔 한 것 아니냐”며 “한 발 한 발 (관계 개선을 위해) 가야지, 형식적으로 만난 걸 가지고 부풀려서 (언론) 플레이하는 것도 또다른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1시간30분 동안의 대화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용산이 생각이 바뀌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한동훈 대표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 만나기 전에는 A라고 하려고 했는데 만난 뒤에 B라고 한다, 이런 건 없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 등 한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 입장차가 있는 문제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읽힌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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