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과잉투자론 확산 … 월가 "인간 노동 대체하기엔 너무 비싸"
빅테크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생산성 향상 효과 크지않고
아직 돈버는 사업모델도 없어
과거 인터넷 등장했을 때처럼
혁명적 변화는 오지 않을수도
◆ AI 회의론 ◆
인공지능(AI)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대신 '세 번째 빙하기(AI 윈터)'가 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번지면서다. AI 산업은 과거 기술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1970년대와 1980년대 후반 침체기를 두 번 겪은 바 있다.
최근 AI 버블론을 쏟아내고 있는 곳은 뉴욕 월가다. 2~3년간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AI가 기대한 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투자자들이 최근 1년여 동안 5대 빅테크의 시장가치를 2조달러 이상 키웠지만 올해 AI 관련 매출은 수백억 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정도 투자 규모라면 연매출이 3000억~4000억달러는 돼야 하는데 업계 전체를 통틀어 수익 모델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주식리서치 헤드인 짐 코벨로가 대표적인 'AI 회의론자'다. 그는 AI가 과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테크 분야만 30년 이상 다룬 애널리스트인 그의 지적은 'AI 과잉 투자론'에 불을 지폈다.
코벨로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역사상 혁신적이었던 기술 전환은 매우 비싼 솔루션을 저렴한 솔루션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면서 "(AI처럼) 엄청난 비용이 드는 기술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이와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AI는 많은 비용이 들고 생산성 향상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골드만삭스 자체 팟캐스트에 출연해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AI가 비용 효율적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폄하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도 보고서에서 "(챗GPT가 나오고) 2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비자나 기업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챗GPT와 깃허브 코파일럿뿐"이라면서 "월가의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즌이 돌아오면서 AI 인프라에 과도하게 투자했던 자금을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에 월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30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키스 와이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에게 "현재 업계에서는 생성형 AI와 관련한 자본과 수익화가 기대에 부합할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자본투자 계획에 대해 물었다. 나델라 CEO는 자본 투자는 고객 수요와 클라우드 AI의 성장에 맞춰 이뤄진다고 답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려고 했다.
지난 23일 알파벳(구글)이 실적을 발표할 때도 투자자들은 AI 투자에 관해 질문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답이 나오자 알파벳 주가가 급락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유명한 석학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도 AI 버블론에 가세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라면서도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것만으로 영화 '2001 오디세이'의 AI만큼 똑똑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려면 큰 믿음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에서도 "생성형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향후 10년간 5%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벤처투자회사 중 하나인 세쿼이아 캐피털도 AI 버블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칸 파트너는 'AI의 6000억달러 문제'라는 글을 통해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비용과 기대매출 간 갭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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