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긴축의 문 열렸다…우에다 "연내 금리 더 올릴 수도"
"일본 경기 완만히 회복
임금 인상에 물가 선순환"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발표를 앞둔 31일 낮 12시 일본은행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접속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몇 분 뒤 복구되긴 했지만 지난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때도 일어나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7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30% 정도에 그쳤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은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7월 금리 인상에 반신반의하던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물가·임금 선순환 자신감
일본은행이 이날 연 0~0.1%인 기준금리를 연 0.25%로 전격 인상한 것은 ‘물가 2% 목표’ 달성 전망에 따른 것이다. 6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27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일본은행은 이날 내놓은 7월 ‘경제·물가 전망 리포트’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을 2.5%, 내년은 2.1%로 제시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 움직임이 확산하며 물가의 기조적 상승과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NHK는 “일본은행의 목표는 물가와 임금이 모두 상승해 경제 선순환을 이루는 형태”라며 “임금 상승 움직임이 확산해 드디어 목표 실현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정책 본격 정상화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일본은행은 1999년 ‘제로 금리’ 정책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부작용으로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 4월 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대로 치솟으며 엔화 가치가 199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역사적인 엔저도 일본은행의 금융 정상화를 뒷받침하는 재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압박도 있었다. 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일본은행에 대해 “단계적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6월 27일~7월 29일 환율 개입(엔 매수·달러 매도) 총액이 약 5조5000억엔이라고 발표했다. 4~5월(약 9조7000억엔)에 이어 또 개입한 것인데, 그럼에도 엔저가 멈추지 않자 일본은행의 역할을 촉구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양적 긴축’도 결정했다. 그동안 월 6조엔 정도 국채를 매입했지만, 분기별로 4000억엔씩 줄여 2026년 1분기 월 3조엔 정도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600조엔에 달하는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규모는 7~8%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역사적 엔저 국면 전환”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라 엔화 가치가 급등하며 엔·달러 환율은 크게 내렸다. 이날 한때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49.80엔까지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내리면 일본과의 금리 차이는 더 줄어든다. 우에다 총재는 이에 대해 “미국의 금리 인하는 엔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편으로는 미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강하게 서포트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역사적 엔저 국면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금리 인상이 완만하게 회복 중인 일본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개인소비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에다 총재는 이에 대해 “소비가 아주 강한 것은 아니지만 바닥은 단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실질금리가 낮은 가운데 약간의 조정이기 때문에 경기에 큰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금리 인상 폭이 작으면 경기를 과도하게 식힐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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