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상폐 강행땐 개미들 속수무책"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7. 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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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킬에 떠는 소액주주
상폐 목적 공개매수 막히자
락앤락·커넥트웨이브 등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우회
과반수 지분만으로 상폐 가능
타상장사도 위험 노출될수도

저평가된 주식을 최대주주가 헐값에 공개매수한 후 자진 상장폐지하는 '밸류킬'이 문제로 지적되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자 포괄적 주식교환 합병 방식으로 우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공개매수자가 자진 상폐 요건보다 적은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이 방식을 쓰면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은 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서 주식을 뺏어와 모회사로 이전하고, 그 대가로 해당 주주에게 모회사의 주식 혹은 현금을 주는 제도로 자회사 상폐에도 활용된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적은 지분으로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재 상장사 가운데 상당수가 대주주의 의중에 따라 상폐 대상이 될 수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돼 있는 주식 중 대주주 지분이 66% 이상이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종목은 84개(지주회사 제외)로 집계됐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참석 인원 중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대주주 지분이 66%, PBR 1배 이하란 것은 대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헐값에 주식을 우회 상폐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요건이 주총 참석 인원 중 3분의 2 이상 찬성이기에 현실적으로 지분을 50% 정도만 확보하면 포괄적 주식교환을 이용해 상폐로 갈 수 있다. PBR 1배 이하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인 종목은 260개다. 전체 상장사의 10%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상폐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상폐는 공개매수를 통한 상폐보다 소수주주들에게 훨씬 불리하다. 공개매수를 통해 상폐하려면 코스피 95%, 코스닥 9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포괄적 주식교환은 훨씬 적은 지분으로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개매수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도 대주주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지분율만 확보하면 상폐를 추진할 수 있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운용 매니저(변호사)는 "공개매수는 주식 가격의 10~20% 정도 할증이라도 해주는데, 포괄적 주식교환은 과거 주가의 가중평균한 가격을 합병 비율로 정하니 소수주주에게 불리하다"면서 "2016년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포괄적 주식교환과 현금교부 방식 합병을 도입한 상법 360조 3 제3항 제4호 조항이 소액주주를 축출하는 방향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커넥트웨이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4월 공개매수 가격으로 주당 1만8000원(직전 3개월 평균 주가 대비 22.6% 할증)을 제안했다. 이에 커넥트웨이브 전신인 다나와 주가를 2021~2022년 상반기에 주당 2만~3만원에 샀던 상당수 소액주주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는 두 차례에 걸친 공개매수에도 자진 상폐를 위한 목표 지분율(코스닥 기업 90%)을 채우지 못했으며, 커넥트웨이브 지분 약 82%를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중 하나인 '현금 지급'을 선택해 공개매수와 같은 주당 1만8000원을 주주들에게 제시했다. 주주 입장에선 이미 커넥트웨이브 이사회에서 안건이 승인된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 역시 커넥트웨이브와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역시 지난 5~6월 진행한 두 차례 공개매수에서 목표 지분율을 모으지 못하고, 현재 락앤락 지분 약 8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소액주주와의 협의에 응하지 않고, 포괄적 주식교환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이미 어피니티는 지난 6월 5일 공시를 통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언급하며 "(추후엔) 경쟁매매 체결 방식에 따라 거래가가 결정되므로 반드시 8750원에 매매 거래가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소액주주에게 유의하라고 밝혔다.

[김제림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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