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와 딴판? 고요한 민주당 ‘확대명 전당대회’의 역설
투표율은 ‘지지부진’…전대 후 ‘컨벤션 효과’ 물음표
尹 지지율 정체에도 반사이익 無…차기 지도부 숙제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압승으로 끝날 분위기다.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이 90%를 넘긴 가운데 돌풍을 노렸던 김두관 후보의 도전은 미풍에 그치는 모습이다. '확대명'(확실히 당대표 이재명) 구도가 굳어지면서 후보들 간 공방전도 잦아들고 있다.
'조용한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민주당 내 반응은 나뉜다. '네거티브'가 횡행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달리 이 후보가 상처 없이 연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기류가 우세하다. 다만 전당대회 흥행엔 실패한 모습이다. 이 탓에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외연 확장'이 차기 지도부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李 압도적 1위…반전‧상처 없는 민주 전대
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반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이재명 후보의 권리당원 온라인투표 누적 득표율은 90.41%(8만2992표)로 김두관(7673표, 8.36%), 김지수(1133표, 1.23%)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대로면 이 후보가 지난 전당대회 당시 기록한 득표율(77.77%)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쟁 후보들도 무리한 '되치기'를 시도하진 않는 모습이다. 전당대회 초반 이 후보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사당화 논란' '팬덤 정치'를 공격했던 김두관 후보의 화살이 최근 들어선 '정책'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지난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민생경제대연정내각'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이 후보를 향해 "'먹사니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먹사니즘의 현실적 확장판이 '민생경제대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사실상 '이재명 2기 지도부'까지 염두에 둔 정책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셈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이 같은 분위기는 앞서 이뤄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는 사뭇 다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구도 아래 치러졌다. 그러나 나경원‧원희룡‧윤상현이라는 걸출한 중진들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거친 4파전이 전개됐다. 이 가운데 한동훈 대표를 둘러싼 '댓글팀(여론조성팀) 운영 논란' '김건희 여사 문자 묵살 논란' 등이 불거졌고, 이 여파는 전당대회가 끝난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당은 전당대회 후 받아들 '청구서' 걱정을 덜어낸 셈이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전당대회는 총선이나 대선과는 다른 '우리들의 잔치'다. 후보 검증은 이뤄져야 하지만 '난장판'이 되어선 곤란하다"며 "그런 면에서 소란스러운 옆집(국민의힘)에 비해 정책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굉장히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용히 돌아올 이재명, 숙제 받아든 민주당
다만 이 후보의 압도적 인기가 장기적으로 당의 숙제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우선 전당대회 흥행이 어려워졌다. '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란 구호가 일찌감치 현실화됐다는 것은, 반어적으로 당원들의 전당대회 참여 동기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참여율은 31.49%(9만1798명)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지난 전당대회(25.18%)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지만, 권리당원 전체 선거인 수(28만7422명)를 고려하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두관 후보는 최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당대회 투표율에 대해 "당내 여러 사람들과 통화해 보면 굉장히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라며 "우리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사라진 게 사실이고 그래서 투표율이 낮은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이 후보도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전당대회 때보다 많은 당원 동지들께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투표해주고 계시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신 당원 동지들이 더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표하지 않으려는 당원 분들이 주위에 있다면 주권 행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꼭 독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민주당 차기 지도부는 박스권에 갇힌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에 밀리고 있다는 다수의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민주당 27%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격차는 2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7월 4주 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국민의힘은 38.4%, 민주당은 36.1%의 지지도를 얻었다. 직전 조사 대비 민주당은 2.9%p상승하고, 국민의힘은 3.7%p 내렸으나 지난 '총선 압승' 결과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수치라는 평가다.
전문가 일각에선 점차 짙어지고 있는 '이재명의 색(色)'이 민주당에겐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높아진 '이재명 충성도'로 당의 단일대오를 구축하는 것은 쉬워졌다. 그러나 당 바깥의 '안티 윤석열‧국민의힘 유권자'를 민주당이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이재명 체제의 한계란 지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정도로 당의 중심은 총선 이후 더욱 견고해졌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지율은 더 올라가도 모자랄 판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재명 일극체제로 굳어지는 데 대한 중도층 유권자들의 반감과 앞으로 남아있는 이 전 대표 재판 리스크 역시 민주당 지지율 외연이 확장되지 않는 근본 이유"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2.0%였다. 리얼미터 정당 지지도 조사는 지난 25~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2.5%,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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