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물가 오버슈팅' 제동···日, 예상치 뛰어넘은 매파 행보
물가·임금 선순환 걸림돌 판단
경기 회복 자신감도 영향준 듯
엔달러환율 150.7엔대 거래
우에다 "개인소비 침체 심해져"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당초 예상을 깨고 4개월 만의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섰다.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양적긴축(테이퍼링)도 함께 단행하며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통화 긴축정책 선호)적 입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저에 따른 물가의 오버슈팅(과열)을 막기 위한 것으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30~31일 진행된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정책금리(무담보 콜금리 익일물)를 현재 0~0.1%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로써 일본의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의 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돌아갔다.
앞서 일본은행은 3월 회의에서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후 열린 두 차례의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9월 인상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보다 이른 7월 인상에 나선 배경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닛케이에 따르면 바로 전날까지도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이달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양적긴축과 금리 인상을 동시에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같은 해에 두 번 이상 금리를 올리는 것은 2007년 2월 이후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금리 인상을 이끌어낸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학자인 기무라 다로는 “우리의 의견을 벗어난 일본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경제의 수요 부진 징후보다 견고한 인플레이션 수치를 우선시하며 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상이 가계 소비 회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엔저가 해소되면 물가 부담이 줄면서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엔저’를 신경 쓰는 모습이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으며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통해 예상 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2% 물가 실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면서도 “엔화 약세로 인해 수입물가가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어 물가가 더 오를 위험에는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상승하며 27개월 연속 2% 넘게 올랐다.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한 올해 평균임금 상승률도 5.1%에 이른다. 그는 이어 “역사적인 엔화 약세로 물가가 예상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가뜩이나 침체 상태인 개인소비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며 “지속적·안정적으로 2%의 물가 목표를 실현하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재무성도 이날 일본은행의 금리 인하가 단행된 지 몇 시간 뒤 6월 27일부터 7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두 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5조 5000억 엔(약 50조 2400억 원)을 지출했다고 공개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개입이 외환 투기 세력을 억제해 엔화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최근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좁혀질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엔저의 상승 반전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도 분석했다. 실제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엔·달러 환율은 160~161엔대로 ‘슈퍼 엔저’를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소식에 더해 외환시장 개입 소식까지 전해지자 엔·달러 환율은 급락(엔화 가치 급등)해 오후 6시 기준 150.7엔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일본은행은 양적긴축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또한 공개했다. 3월 금리 인상 이후에도 국채 매입액을 월 6조 엔(약 54조 원)으로 유지하며 시장에 개입했었는데 분기별로 4000억 엔씩 줄여나가 2026년 1~3월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3조 엔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올해 3월 말 시점에 국채 발행 잔액의 53%를 보유하며 장기금리를 사실상 조정해왔다. NHK는 “이번에 추가 금리 인상에다 국채 감액의 구체적인 계획이 결정되는 등 금융정책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전했다.
우에다 총재는 “일본은행의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그에 따라 계속 정책금리를 올리고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해나갈 것”이라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열어뒀다. 다만 금리 추가 인상 판단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방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인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엔화 값은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하락세로 출발했던 닛케이225지수는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상승 반전하며 전일 대비 1.49% 오른 3만 9101.82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던 투자자들이 오후 들어 매수세로 돌아섰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실적 확대 가능성이 높은 은행주를 중심으로 지수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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