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티메프 ‘정산 주기’, 네이버페이 ‘빠른정산’ 눈길끄는 이유

김지혜 기자 2024. 7. 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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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가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결제 이후 3일 이내에 판매대금 전액을 지급하는 네이버페이의 ‘빠른정산 서비스’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태가 판매대금을 적절히 지급·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상위 업체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네이버페이 홈페이지

네이버페이는 2020년 11월 빠른정산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총 12만명의 소상공인에게 누적 40조원의 정산 대금이 선지급됐다고 밝혔다. 빠른정산은 결제가 이뤄진 상품의 배송이 시작되면 바로 다음날 판매대금의 100%를 업체에 지급하는 서비스로, 소비자가 ‘구매 확정’을 하기도 전에 대금을 먼저 지급하기 때문에 업계 평균(결제 이후 약 27일)보다 훨씬 빠른 3일 이내에 정산이 완료된다.

네이버페이는 ‘월 거래 건수 3개월 연속 20건 이상’ ‘반품률 20% 미만’ 조건을 충족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와 주문형 가맹업체에 빠른정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문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네이버페이에 따르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월간 거래액의 약 46%가 빠른정산으로 선지급되고 있으며, 빠른정산 이용자 93%는 영세·중소사업자에 해당한다.

티몬·위메프뿐 아니라 이커머스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는 이전부터 문제시 됐지만, 업계에서는 매번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다’며 시정을 미뤄왔다. 통상 온라인 쇼핑몰의 반품률이 오프라인보다 높기 때문에, 소비자가 환불·교환 등을 고려하고 ‘구매 확정’한 후에야 업체에 대금을 정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아마존과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이런 이유로 결제 이후 7일간 환불 등을 위한 보류 기간을 갖고, 이후 14일 주기로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렇다면 네이버페이의 빠른정산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31일 “입점업체와 가맹점의 1, 2차 전자결제대행(PG)업체로서 매출·수익·반품 등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보유하고, 위험거래탐지시스템(FDS) 등 비정상 거래 및 위험 판매자를 탐지하는 기술도 고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반품 등 입점업체 리스크를 ‘긴 정산 주기’로 보완했다면, 네이버페이는 데이터를 통한 신뢰 구축으로 이를 대신한 것이다.

최근 몇년 새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도 구매 확정 후 1~2일로 정산 주기를 앞당기고 저마다 ‘빠른정산’ 서비스를 내놓는 등 변화를 도모했다. 다만 이들 플랫폼들의 빠른정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와 함께 제공되거나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 다수 업체가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 입점업체가 하나은행 체크카드를 개설하면 이를 통해 판매대금 90%를 선지급하는 선정산 서비스를 지난해 말 출시했는데, 체크카드에서 판매대금을 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현금 인출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결국 입점업체의 판매대금을 제대로 보호하고 지급하는 역량을 갖춘 일부 플랫폼 중심으로의 시장 재편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막대한 자본력과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계정 구축이 가능한 대형업체 위주로 시장은 재편될 것”이라며 “쿠팡, 네이버의 수혜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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