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는 과연 안전할까?···건강 위협하는 미세 플라스틱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에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함유되어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제대로 된 위해성 평가와 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먹는물네트워크와 대한환경공학회는 31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생수와 미세플라스틱, 안전한 먹는 물을 위한 공동 노력’ 포럼을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안윤주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는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들에 대해 “입자 분석기술의 발달로 나노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 검출이 가능해지면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 환경부 조사 당시엔 생수 한 개 제품에서 1개 입자만이 검출됐지만 지난해 노르웨이, 중국, 벨기에 등 공동연구팀 조사 결과에서는 노르웨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4개 브랜드의 페트병 생수 1㎖에서 평균 1억6600만개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다. 호주 연구팀에 따르면 1인당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매주 신용카드 1장(5g, 2000개) 분량으로 추산된다.
보통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1㎛ 이하는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에서 떨어져 나간 이 작은 플라스틱은 대기, 담수, 해양, 지하수, 토양 등 모든 곳에 흩뿌려져 지구 전체를 순환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동물의 신체에 심각한 건강 악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한 동물들은 장 염증이 심화하고, 누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의 경우 행동저해가 관찰되고, 쥐에게선 자폐 스펙트럼과 관련한 행동학적 변화가 확인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외에도 미세플라스틱은 정자 수 감소, 면역체계 변화, 대사장애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제자로 나선 정상현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위기와 인간 활동에 의해 물로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있다”면서 “원수를 정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먹는 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해성 평가 방법과 분석 프로토콜, 대응 방안 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전 지구적 개념에서 볼 때 인체 미세플라스틱의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인체 위해성 평가와 생태계 위해성 평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다 부처적인 협업과 과제 수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차례 시도되었던 미세플라스틱 다부처 사업이 불발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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