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저출산 해법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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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든 저출생이든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는 출산율이 급락하는 현상을 'South Koreanification', 즉 '한국화'라 부르고 있다.
한국이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한 것이 벌써 2002년이고, 저출산 예산을 따로 편성하기 시작한 것도 2006년의 일이다.
다행히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학자나 정책당국자들은 돈을 써서 출산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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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은 후 지원에 초점
문제는 늦어지는 출산연령
청년의 사회진출 앞당겨야
저출산이든 저출생이든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는 출산율이 급락하는 현상을 'South Koreanification', 즉 '한국화'라 부르고 있다. '한국화'라는 용어가 고작 이렇게 쓰이다니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선배들에게 면목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출산율인 0.7명을 맞은 현실에는 그런 감정조차 사치로 느껴진다.
이제는 국가정책을 논하는 어떤 자리에도 저출산 대책이 반드시 등장한다. 정부는 부총리급의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저출생 수석실도 설치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리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저출생 문제만을 고민하는 강력한 부처가 생기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정책의 내용이다. 한국이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한 것이 벌써 2002년이고, 저출산 예산을 따로 편성하기 시작한 것도 2006년의 일이다. 18년간 예산 380조원을 투입한 성과는 보이는 대로다. 다행히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학자나 정책당국자들은 돈을 써서 출산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걱정은 뭐라도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설익은 정책을 내놓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복잡하지만, 직접 원인은 단순하다. 젊은이들이 출산에 적합한 생물학적 기간을 흘려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 연령은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늦은 출산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35세 이후 여성의 출산은 그동안 크게 늘었지만 40~44세 출산율은 여전히 1000명당 8명에 불과하다. 35~39세 출산율도 2016년 48.7명으로 최대치를 찍은 후에 40명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25~29세 출산율은 2015년에 1000명당 63.1명에서 작년 21.4명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30~34세 출산율은 116.7명에서 66.7명으로 줄었다. 불과 8년 만에 합계출산율이 1.24명에서 0.72명으로 40% 이상 줄어든 데는 25~34세 연령대의 출산율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출산 연령 분포가 점차 뒤로 이동하면서 30대 중반의 벽에 부딪혀 소멸해가는 그림이다.
출산율 반전을 위해서는 2030 젊은이들이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지금의 저출산 대책은 육아휴직, 돌봄 확대 등 주로 아이를 낳는 시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정책들도 크게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 34세, 여성 32세에 달하고, 남성의 50%, 여성의 30%가 35세에도 비혼인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국내 출산율 하락에 가장 영향을 미친 요소는 수도권 인구 집중과 주택 가격 상승이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든 청년들이 자리를 일찍 잡지 못하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좌절하여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 것이 '한국화'의 근본 원인이다. 지역 균형과 부동산 가격은 그 자체로 난도 최상의 문제들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청년을 타깃으로 한 근본적인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
다른 과감한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청년의 사회 진출을 앞당기는 것이다. 우리는 높은 진학률, 입대 등의 이유로 청년의 사회 진출이 다른 나라보다 매우 늦다. 청년이 일찍 노동시장에 합류하면 인구 활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졸속 추진 논란으로 묻혀버린 입학 연령 하향 추진 정책도 다시 꺼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안되는 이유부터 따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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