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간위기 '문학사상' 품은 이중근 회장

52년전 故이어령 교수가 창간
경영난 시달리다 결국 휴간
부영 설립 출판사가 사들여
올해 10월 제2창간 앞둬
"문화도 경제 활동의 산물
지식정보시대 위한 노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사재로 세운 우정문고를 통해 2015년 10월 펴낸 역사서 '미명 36년 12,768일' 출판 기념 간담회를 하고 있다. 매경DB

1조1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을 해온 '키다리 아저씨'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폐간 위기에 놓인 월간지 '문학사상' 살리기에 나섰다. 문학사상은 1972년 편집주간 이어령, 발행인 겸 편집인 김봉규가 문학사상사를 설립해 출간한 국내 대표 문예지로, 올해로 탄생 52주년을 맞는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우정문고를 통해 문학사상을 인수했다고 31일 밝혔다. 우정문고는 2013년 이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출판사로, (주)문학사상과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출판권을 넘겨받았다. 지난 5월부터 경영난으로 휴간 중인 문학사상을 복간해 오는 10월 '제2 창간호'를 발행할 예정이다.

대중에겐 '이상문학상'으로 유명했던 문학사상은 역량 있는 문인 발굴 등으로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연 문학잡지로 평가받는다. 앞서 지난달 문학사상사는 경영상 어려움으로 이상문학상을 다산북스에 매각했다.

1977년 제1회 이상문학상 대상은 김승옥 작가의 '서울의 달빛 0장(章)'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어령 편집주간이 당시 생계로 작품 활동을 멈춘 김승옥 작가의 재능을 아까워하며 다시 글을 쓰게 만들고, 이를 제1회 대상작으로 선정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어령 주간은 김승옥 작가가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고급 호텔을 잡아주며, 당시 편집부장이었던 서영은 작가를 통해 김 작가가 계속 글을 쓰도록 독려한 바 있다. 이는 문학사상사가 국내 작가들에 대해 창작 의욕을 북돋워준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학사상 인수는 평소 문학·역사·철학에 대한 이 회장의 열정이 반영된 결정이다.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한 순수 문예지이지만 한국 문학 발전을 위해 이를 지원하겠다는 '메세나' 활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우정문고를 설립한 그해 본인이 저술한 역사서 '6·25전쟁 1129일' 1000만부를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문화는 경제의 산물'이라는 신념으로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성숙한 정신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면서 "전통 있는 문학사상 복간을 통해 문학인들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며 지식 정보화 시대의 길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재 기부만 해도 2650억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자사 직원 자녀 1인당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저출생 문제를 기업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