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독재가 된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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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끝난 베네수엘라 대선의 후폭풍이 거세다.
중남미 좌파 포퓰리즘의 대부인 우고 차베스도 카리스마와 대중 선동 능력으로 1999년 정권을 잡은 뒤 서민층 무상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와중에 단계적으로 군대, 의회, 사법부, 언론, 국영기업, 노조, 시민사회를 장악해 나갔다.
1992년 차베스가 50년간 안정된 양당제 민주주의를 뒤엎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베네수엘라인은 포퓰리즘 정책에 열광하며 그를 권력의 중심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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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끝난 베네수엘라 대선의 후폭풍이 거세다. 노골적인 부정선거 의혹으로 점철된 탓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득표율 51%로 3선 당선을 공식화했다. 그는 2013년, 2018년 두 번의 대선에서도 부정선거 논란 속에 집권한 독재자 길을 걷고 있다. 중남미 좌파 포퓰리즘의 대부인 우고 차베스도 카리스마와 대중 선동 능력으로 1999년 정권을 잡은 뒤 서민층 무상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와중에 단계적으로 군대, 의회, 사법부, 언론, 국영기업, 노조, 시민사회를 장악해 나갔다.
지금 선거 조작에 분노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저지른 과거 최대 실수는 차베스를 제때 손절하지 못한 점이다. 1992년 차베스가 50년간 안정된 양당제 민주주의를 뒤엎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베네수엘라인은 포퓰리즘 정책에 열광하며 그를 권력의 중심에 앉혔다.
에리카 프란츠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는 2018년 저서 '권위주의'에서 2000~2010년에 탄생한 독재 정권의 75%가 민주주의 체제를 내부에서 무너뜨리며 '개인 독재'를 펼치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21세기 독재자'의 공통점은 포퓰리즘 정치인으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은 세상을 '선한 대중'과 '부패한 기득권층'의 이분법으로 본다. 포퓰리즘 정치인은 기득권층으로부터 소외당한 '국민의 뜻'을 자신만이 유일하게 대변할 수 있는 지도자라 주장하며 반대파를 '국민의 적'으로 규정해 숙청하려 든다.
요즘 한국 정치도 내 편은 '절대선'으로, 상대편은 '절대악'으로 보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다. 기성 정치인이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며 정쟁을 일삼는 동안 소외된 시민들은 포퓰리즘 야심가가 약속한 당장의 빵과 서커스에 유혹되고 있다. '서민'을 위해 '국민의 적'을 심판하겠다고 떠드는 그 정치인이 권력욕을 채우려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오늘날 '포퓰리즘의 동상'은 25년 뒤엔 부술 수도 없는 '독재의 성상(聖像)'이 될지도 모른다.
[안갑성 글로벌경제부 ksah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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