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파업할 판"…노란봉투법 독소조항 수두룩
재계, 尹 거부권에 또 의지할 판
'근로자 아닌 자'까지 교섭테이블에 앉을 수도
"기업 경쟁력 악화 뻔해…원하청 생태계 흔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1일 본회의에 오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놓고 재계에서는 산업 현장에 ‘파업 만능주의’가 판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장에 미칠 파장이 크지만 제대로 된 논의 과정 없이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올라왔던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처럼 재계는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31일 국회 및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1일 본회의 상정이 예정돼 있다.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이어서 노란봉투법은 본회의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본회의를 앞두고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를 담은 서한을 300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전달했다. 손 회장은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우려가 크다”고 호소했다.
쟁점은 노조법 2조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조합 범위 역시 넓혔다. 이 경우 하청 근로자가 원청 회사 측을 교섭 테이블에 앉힐 수도 있게 된다. 원청 사업자는 수백 개의 하청 노조와 교섭을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셈이다.
현행법과도 충돌한다. 현행법은 하나의 사업·사업장에 노조가 다수이면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노조법이 개정되면 다수의 하청 노조가 있으면 원청 사업자가 교섭 의무가 있는지, 교섭 대표노조는 누구인지 등을 확정할 수 없어지고 산업현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하면 연중 내내 1000개가 넘는 하청 업체 노조와 교섭만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하청업체 노조가 요구하면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 회사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는 극도의 혼란 상태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까지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한다. 이 경우 근로조건 유지·개선과 관련되지 않는, 사업장과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까지 교섭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노사 관계는 오히려 극단으로 치달을 우려가 크고, 정상적인 원청과 하청 계약 관계가 이뤄지기도 어려워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청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결국은 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기업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근로조건에 관한 노동 쟁의의 범위까지 넓혔다. 이는 조직 개편이나 기업의 투자 결정, 생산 라인 증설·이전과 같이 기업 경영자의 경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사항까지 모두 파업이 가능하게 된다는 의미다. 사용자의 경영권 침해 소지마저 있다.
손해배상 청구 봉쇄…폭력 쟁의 부추겨
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역시 논란거리다. 개정안은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노조간부, 노조원에게 개별로 위법행위와 손해배상액을 산정해 청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동 불법행위를 개개인별로 나눠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고 불법행위를 하면 어떻게 개별적으로 손해에 대한 기여를 입증할 수 있나”고 했다. 기업들은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법으로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며 “노조도 법 테두리 안에서 쟁의행위를 해야 한다. 이는 법치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경총은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불법 파업을 둘러싼 손해배상 문제 중 절대 다수는 폭력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불법 파업 면죄부부터 줄 것이 아니라 사업장 폭력 점거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앞서 노조법 개정안과 달리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방위 내용을 추가했다.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나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손해를 가했을 때 배상책임을 면제하도록 했다. 사용자의 불법행위가 노조법상 불법행위인지, 일반 배임·횡령 관련 불법인지 범위도 모호하다. 또 사용자의 불법행위는 이미 노조법에 따라 민형사상 처벌대상에 속하기 때문에, 노조의 불법행위를 보호하는 예외조항을 두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 자체가 도저히 기업들이 지킬 수 없는 내용”이라며 “기업들이 경영 활동을 할 수 없게 해 결국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노조법이 원칙 없이 만들어져 오히려 산업 현장에서 파업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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