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사모펀드 상환전환우선주 수익률 상향…합병 관문 하나 넘었나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을 추진 중인 SK E&S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맺은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만기 때 투자금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의 보장수익률을 종전보다 최대 2.4%포인트 상향했다.

SK E&S가 합병 과정에서 RCPS에 대해 현물이나 현금으로 상환하지 않고, 기존 RCPS 계약을 합병 법인에서 유지하기 위해 보장수익률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장수익률 상향이 합병 협조를 위해 KKR과 조율한 것이라면 SK그룹은 합병 성사를 위한 큰 관문 중 하나를 넘은 셈이다.

SK E&S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KKR과 맺은 RCPS 계약 조건 변경안을 의결해 2021년과 2023년 발행한 RCPS 보장수익률을 9.9%로 상향 조정했다. SK E&S는 2021년 2조4000억원 규모의 1차 RCPS 발행 당시 5년 후 현금 상환 시 보장수익률을 7.5%로 정했다. 2023년 발행한 7350억원 규모의 2차 RCPS에서는 5년 후 현금 상환 시 보장수익률을 9.5%로 정했다. 이번 계약 변경을 통해 1, 2차 RCPS 보장수익률은 각각 2.4%포인트, 0.4%포인트 상향된 것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의결하면서 RCPS 문제가 합병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특히 합병비율(1 대 1.19) 결정에서 SK E&S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면서 KKR의 선택이 주목받았다. 일각에선 SK E&S가 현금이나 현물로 RCPS를 조기 상환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보장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약을 변경한 점을 고려하면 KKR은 합병 법인에서도 RCPS 계약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KKR과 우호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양사의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다음 달 27일 열린다. 합병 기일은 11월 1일이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