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이 위원장 임명 당일 방문진 이사 임명 강행
인사청문회 닷새 만에 속전속결
이진숙, 첫날부터 KBS·방문진 이사 추천·임명
민주당, 이 위원장 취임일 탄핵안 발의 예상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은 곧바로 KBS 이사진 7명을 추천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6명을 임명했다. 이에 맞춰 더불어민주당은 1일 곧바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 방통위원장 임명→탄핵→사퇴의 악순환을 반복할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며 방통위 업무중단 사태를 장기간 방치할지 선택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이 신임 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또 방통위 상임위원으로는 판사 출신인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했다. 방통위 상임위원 5인 중 대통령 몫 추천 2인으로만 구성된 ‘2인 방통위’가 다시 만들어졌다.
이 위원장의 임명은 지난 26일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한 지 닷새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 극우 편향성 문제 등이 제기됐고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도 불발됐지만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이 위원장 임명을 서두른 것은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하겠다는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은 첫 출근한 이날 오후 5시 회의를 열고 방문진 이사 임명과 KBS 이사 추천을 강행했다. 현재 방문진 이사진 임기는 다음 달 12일, KBS 이사진은 다음 달 31일까지다. 신임 이사진이 임기를 시작하면 MBC와 KBS의 경영진이 여권 인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5인 합의제 기구지만 방통위 설치법이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원 2명만 있으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게 여권의 논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서 빠르게 이 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방통위의 이사진 선임은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이 위원장이 ‘목표’를 이루고 나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자진 사퇴 방식으로 물러날지 주목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 1·2대 방통위원장인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은 같은 방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도했던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성사시킨 만큼 물러나지 않고 헌재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MBC 이사진 선임으로 필요한 일은 다 한 것”이라며 “헌재에서도 탄핵소추안은 기각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버티기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과천 청사에 처음 출근한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 및 미디어 공공성과 공정성을 재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공영방송의 공공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이 지난 4일 방통위원장 인선을 발표한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방송이 지금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 여야 대치가 극심한 가운데 방통위까지 재가동되면서 정국은 또 한 번 극심하게 얼어붙을 전망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극우적 사고방식, 노조탄압 기획, 방송장악 부역, 업무상 배임 횡령, 청탁금지법 위반까지 의혹들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이런 사람에게 방통위원장이라는 중책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방송장악으로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망상을 접으라”고 날을 세웠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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