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충돌로 궤도 바뀐 소행성, '30만 살' 나이 확인됐다

이채린 기자 2024. 7. 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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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 미션의 전체 콘셉트를 묘사한 일러스트.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3년 전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를 대상으로 우주선을 충돌시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했다. 최근 해당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소행성 궤도 변경과 지구 방어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올리비에 바르누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팀 등 5개 국제 연구팀은 31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NASA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 5편을 공개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핀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일본, 우루과이, 체코 등 10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실험이다. 

DART는 지구에 근접한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의 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NASA는 지구에서 약 1100만km 떨어진 소행성 디디모스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 디모르포스에 무게 570㎏ 우주선을 충돌시키기 위해 2021년 11월 우주선을 발사했다. 디모르포스는 디디모스를 11시간 55분 주기로 공전하는 지름 160m의 작은 소행성이다. 우주선은 2022년 9월 디모르포스에 성공적으로 충돌했고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를 32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디모르포스와 디디모스는 하나의 소행성이 다른 소행성을 공전하는 등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쌍 소행성이다. 쌍 소행성은 우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행성 형태로 소행성의 특성과 형성 과정, 진화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 대상이다. 

DART를 통해 과학자들은 디모르포스와 디디모스를 분석했다. 먼저 바르누인 교수팀은 DART 실험 데이터와 충돌실험 직후 부근을 비행한 이탈리아 큐브위성이 촬영한 이미지를 사용해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지질학적 특징과 물리적 특성을 분석했다. 디디모스의 고지대에는 길이가 10~160m인 큰 바위와 크레이터가 많은 반면, 저지대에는 큰 바위와 크레이터가 적고 표면이 매끄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디모르포스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바위와 여러 개의 균열·단층이 관측됐다. 다만 크레이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같은 관찰 내용을 통해 "태양 복사가 디디모스의 회전 속도를 높여 내부를 변형시킴으로써 디디모스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 중력의 영향으로 뭉쳐 디모르포스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 충돌구를 통해 나이를 분석하면 디디모스가 디모르포스보다 40~130배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나이는 각각 1250만년과 30만년으로 추정됐다.

마우리치오 파졸라 이탈리아 파도바 천문대 연구원팀은 두 소행성 표면의 바위 크기, 모양, 분포 패턴을 분석, 디모르포스의 바위들이 여러 단계에 걸쳐 형성됐고 디디모스에서 직접 왔음을 시사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앨리스 루체티 파도바 천문대 연구원팀은 디모르포스 표면 바위의 균열들이 반복적으로 열에 노출되며 행성에 균열과 변형이 생기는 '열 피로'에 의해 생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는 규산염, 니켈, 철이 혼합된 'S형 소행성'에서 열 피로에 의한 바위 파쇄 현상을 처음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라스 로빈 프랑스 툴루즈대 연구원팀은 디모르포스 표면에 있는 1.67~6.64m 크기 바위 34개의 형태와 다른 소행성 이토카와·류구·베누의 표면 바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네 소행성의 바위 형태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고 이는 암석들이 뭉쳐 있는 이런 형태의 소행성들이 공통적인 형성 및 진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표면은 지지력이 약해 지구의 마른 모래나 달 토양보다 훨씬 푸석푸석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오미 머독 프랑스 툴루즈대 연구원팀은 디디모스 표면의 바위 위치 흔적을 이용해 표면 물질의 지지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디디모스 토양은 지지력이 지구의 마른 모래나 달 토양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디디모스, 디모르포스의 특징은 태양계의 다른 소행성에서 발견될 수 있는 유사한 속성"이라면서 "이를 잘 파악하고 있으면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최적화된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doi.org/10.1038/s41467-024-50146-x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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