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적 근거 마련하자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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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과 상생을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사 관계를 잘 보여주는 제도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가 이사회에 참가하여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노동자의 경영 참여권을 보장한다는 노동이사제는 현재 공공기관에 안착하여 시행되고 있을까? 지난 5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모태인 서울시 노동이사제는 조례 개정으로 노동이사 수가 절반으로 축소되고, 지원책도 사실상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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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 도로교통공단노동조합 사무처장
협력과 상생을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사 관계를 잘 보여주는 제도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가 이사회에 참가하여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사용자를 견제·감시하며 투명성을 높이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정립하여 합리적 의사결정을 촉진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경영 참여권을 보장한다는 노동이사제는 현재 공공기관에 안착하여 시행되고 있을까? 지난 5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모태인 서울시 노동이사제는 조례 개정으로 노동이사 수가 절반으로 축소되고, 지원책도 사실상 폐지되었다. 노동이사 기능을 축소하여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조례 개정은 노동이사제의 퇴보를 가져올까 우려된다. 이번 서울시 조례 개정은 노동이사제가 정착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도입되는 노동이사제의 현실을 보여준다.
제도 시행 3년 차를 맞은 노동이사제의 후퇴가 아닌 진보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다. 먼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련한 구체적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노동이사 선임 요건 및 절차만 규정할 뿐, 노동이사 권한과 지위 등 주요 사항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법적 근거 미비는 노동이사의 권한, 지위를 협소하게 하여 경영 참여를 제한한다. 의결권뿐만 아니라 이사회 안건 제출, 임원추천위원회 참여, 경영사항에 대한 감사청구 등의 권한을 법제화하여 노동이사가 노동자를 대표하여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노동이사의 직무 수행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노동이사는 노동자와 이사의 직무를 모두 수행하는 이중적 지위에 있다. 노동이사가 본연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 직무 개발, 지원책 제공이 중요하다. 그리고 정당한 직무 수행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불이익처우 금지 규정이 필요하다. 장기적 측면에서 노동이사 지위를 상임이사로 부여하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이사가 노동자의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여 경영 의사결정에서 핵심 역할과 공정한 직무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이사제는 노사와 정부 모두 능동적 의지를 갖고 운영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2022년 대선에 나선 주요 후보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으나, 현 정부는 제도 정착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경영진은 정부 눈치를 보며 노동이사제의 구체적 운영 방안 없이 도입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진취적으로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을, 경영진은 노사의 공동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끊임없는 협력이 필요하다.
노동은 삶에서 필수인 만큼 노동자는 힘을 모아 노동 가치를 지켜왔다. 노사와 정부는 진심을 다해 한국형 노동이사제를 법제화하고 내실화해야 한다. 노동이사제의 진보를 통해 노사가 함께 기관을 경영하고 노동의 가치를 높여 노동이사제에 진심이라고 확고히 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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