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음에 안 들려" 퇴장요구한 윤한홍…사진기자들 항의한다

김예리 기자 2024. 7. 31. 1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 "셔터음 탓에 안 들려" '티메프 사태' 질의 도중 기자들 퇴장 요구
일부 의원 건의에도 퇴장 요구…"정상적 취재활동 방해" 항의 면담키로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 전체 풍경. 사진=독자제공

국회사진기자단이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국민의힘)에게 사진 취재 통제를 항의하는 면담을 한다. 윤 위원장이 전날 '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 긴급현안 질의 도중 카메라 셔터 소리를 문제 삼아 기자 퇴장을 요구하면서다.

국회에 출입하는 35개 언론사 사진기자단을 대표하는 간사단은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발생한 윤한홍 위원장의 사진취재에 대한 사전 협의없는 취재제한과 부적절한 발언 등에 대해 사진기자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금일 오후 위원장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간사단은 오후 5시께 윤 위원장을 만나 항의하고 재발 방지와 사과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30일 오후 국회 정무위의 '위메프·티몬 미정산 사태' 긴급현안 전체회의에는 구영배 규텐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현장엔 사진기자와 일시취재증을 끊은 산업부 기자, 일부 국회 출입 기자와 영상기자 등 40여명의 취재진이 있었다.

▲30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진행 중인 윤한홍 위원장. 사진=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한기정 위원장 보고가 끝나고 큐텐그룹에 대한 질의가 시작될 무렵, 윤 위원장은 “회의장 안이 혼잡하다”며 “국회방송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언론인 여러분들이 협조해주셔서 회의와 직접 관계 없는 분들은 회의장 밖으로 이석해 달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카메라맨 여러분들, 카메라 셔터소리 때문에 답이 안 들린다. 밖에서 생방송이 되니 취재하라”면서 “빨리 풀 기자하고 빨리 의논하라”고 했다. “나가서 상의해서 대표만 오세요. 빨리 나가서 상의하세요”라며 재촉하기도 했다.

이에 첫 질의자인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취재를 허용해 달라”며 “사진기자분들은 자연스럽게 나가실 것이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일부 의원은 회의 진행이 어려운 건 참석자들이 답변을 소극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구영배 큐텐 대표에게 “대답을 크게 크게 하라.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신 의원 등 지적에 “그만하라. 조용히 하라”고 한 뒤 “처음 스케치 정도는 양해하겠다. 계속 있는 것은 양해를 못한다”고 재차 기자들 퇴장을 요구했다.

결국 두 번째 질의가 끝날 무렵인 오후 2시30분께 사진 기자들은 항의의 뜻으로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일부 기자들이 대표로 취재한 것을 공유하는 풀(pool) 논의도 하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간사단에 속한 박민규 경향신문 기자는 “1991년 입사해 25년 정도 (국회) 출입하는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상임위 시작 전에 풀 구성을 요청할 수 있고 협조할 수 있다. 포화상태라 의사 일정에 방해된다면 잠시 정회하고 정리한 뒤에 재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중계되는 회의 중간에 갑자기 '국회방송을 보라'며 나가라는 것은 충격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박 기자는 “답변자들이 마이크에 대고 정확히 말하지 않아 사진기자가 가만히 있어도 안 들릴 정도로 잘 들리지 않았다”며 “그런데 윤 위원장은 셔터 소리를 탓하며 정당한 취재활동을 방해라고 규정하고 나가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주 기자들의 룰이 있다. 회의장 안에 들어가지 않고 회의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자들이 먼저 제지한다”며 “여느 날처럼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일했고 평소와 다른 시끄러움을 유발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 도중 퇴장한 뒤 복도에서 논의 중인 사진기자들. 사진=독자 제공

박 기자는 또한 윤 위원장이 사진기자들을 '카메라맨'로 부른 걸 두고 “카메라맨이란 말은 미국에서도 쓰지 않는 호칭이다. 취재진을 저널리스트로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자 사진기자들에 대한 집단 비하”라며 “위원장을 가리켜 윤한홍씨라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박준규 국회의장도 사진기자를 향해 말실수를 했다가 기자들의 취재 보이콧에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다른 사진기자는 “19~21대 국회를 취재하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전국민 관심사에 대한 현장 취재를 불합리한 이유로 막고 쫓아낸 데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 기자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과거 '찍지 말라'며 욕설할 때도 기자들은 계속 찍었다. 최근 더 많은 주목을 받는 법사위에서도 방해란 얘길 들은 적 없다”며 “사진기자들은 언론사를 대표해서 이 곳에 일을 하러 왔는데 임의로 현장을 떠날 수 있나. 국회방송을 보고 어떻게 사진을 찍나”라고 되물었다.

현장에 있던 한 의원실 보좌진은 “나도 당황스러울 만큼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답변자들이 일부러 말도 적게 하고 마이크와 멀찍이 앉는 등 소극적이었던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윤 위원장님이 누구는 나가고 누구는 들어오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만 아쉬운 건, 회의 시작하기 전에 미리미리 (정리)해야 했다”고 했다.

윤한홍 의원실 관계자는 “면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어떤 내용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