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상승에도 경영권 분쟁에 주주들 한숨…한미약품 모녀, 이사회 재편 예고

강민성 2024. 7. 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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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이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지만, 반년 이상 이어진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발목을 잡으며 주가는 오히려 실적발표를 하기 전 거래일보다 하락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연 매출이 창사 이래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긍정적인 소식을 알렸지만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오너가 갈등이 장기화돼 주주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3% 증가한 3771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3% 증가한 581억원을 기록했다. 의료대란 여파에도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매출액이 781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1% 늘고,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8% 증가한 1348억원을 기록하는 등 선방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을 발표한 기점에 되레 하락했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30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종가 기준 30만4000원으로 전일 대비 0.8% 하락했고, 31일엔 28만9000원으로 전일 대비 4.93% 하락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이날 종가 기준 3만1000원으로 전일 대비 3.13% 하락하며 마감했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실적과 관계 없이 오너가와 관련된 이슈가 벌어질 때마다 주가가 하락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주주들은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주가는 지지부진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가족간 분쟁 종식'을 선언한지 20여일도 안돼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고 여론전을 벌이고 있어 피곤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29일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 대주주 연합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약품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대주주 연합은 이번 주총을 통해 현재 10명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12명으로 변경하고, 사내이사 2명과 기타 비상무이사 1명 등 신규 이사 3명을 선임하는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 이 같은 안건은 사실상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와 차남 임종훈 대표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종훈 형제를 포함해 형제 측 인사가 전체 9명 중 5명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는데,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회가 12명으로 늘어나고 모녀, 신동국 회장 측 인사 3명이 선임되면 형제 측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임종훈, 임종윤 형제는 3인 연합(모녀와 신동국 회장)이 전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 확대 등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에 "최근 다른 대주주들께서 언급하셨던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현재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입장문을 올리며, 경영 체제 변경 시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한미약품 한 주주는 "임시 주주총회까지 가서 표 싸움하는 소모전은 최소 3개월 이상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고, 아무리 좋은 임상 결과가 나와도 주가는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또 한 주주는 "매각이든 투자 유치는 주가가 올라야 발생할 일인데, 상속세 문제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배당을 통해 주주들을 달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 5월 가족 모두가 합심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한다고 합의했는데 지켜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가가 다소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저도 답답한 마음"이라며 "지난 3월 주총 이후 한 차례 550억원대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지만 주주들과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부진한 한미사이언스 주가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신약 성과를 창출해 '퀀텀 점프'를 반드시 실현해 내겠다"고 전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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