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고온, 광주는 다습"... 달빛동맹으로 폭염 퇴치 각오
7월 1~28일 대구 평균 27.5도, 평년보다 1.4도 높아
6월 대구경북 평균기온 22.8도, 1973년 이래 최고
"폭염땐 '물 그늘 휴식' 3대 예방수칙 지켜야"
기후시계 30일 오전9시 '4년 11개월 22일 3시간'
지구온난화 발등의 불, "나부터 지구살리기 동참"
8월도 평년보다 더위 예상, '날씨알리미' 앱 참고
해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전국이 이 도시를 주목한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대구다. 평생 무더위에 단련된 대구 사람들도 올해 더위에는 혀를 내두르고 있다. 각종 기후 지표들도 그렇게 나온다. 대구는 그동안 폭염도시의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나무심기와 옥상정원 가꾸기, 살수차로 도로 식히기, 물안개 터널, 무더위 쉼터, 건널목 그늘막 설치 등 안 해본 더위 대책이 없다. 역설적으로 전국 지자체들이 폭염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벤치마킹하는 도시도 대구다. 대구지방기상청도 전국 기상청 중 주특기가 폭염이다. 30일 오후 5시쯤 대구 동구 대구지방기상청에서 백엽상과 기상관측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함동주(55) 청장을 만났다.
-오전에 쪽방촌에 생수를 돌리셨던데.
"쪽방촌이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라 대구시, 대구쪽방상담소와 보호대책도 논의하고 예방수칙인 '물, 그늘, 휴식'의 중요성도 알릴겸 취약계층을 다니며 생수 3,000병과 부채를 전달했다."
-올해가 유난히 더 덥다.
"7월 1~28일 대구의 평균기온을 보면 섭씨 27.5도로 지난 30년 평년의 26.1도보다 1.4도 높다. 최고기온도 31.3도로 평년의 30.5도보다 0.8도 높고, 열대야 일수도 13일로 평년 7.3일보다 5.7일이나 많다. 대구경북을 같이 보면 올해 평균기온은 26.1도(평년 24.3도), 최고기온 30도(28.9도), 열대야 일수 5.7일(2.2일)로 마찬가지로 높다. 6월 대구경북 평균기온도 22.8도(21.4도)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왜 덥나.
"우리나라 여름철 폭염의 원인은 주로 대기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과 대기 중·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기온과 습도 상승으로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는 분지라는 지형 효과가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열대 기후로 넘어갔나.
"예전에는 소나기가 내려도 1시간에 20㎜ 정도 내리고 그쳤는데 요즘 40~50㎜도 뿌리는 걸 보면 아열대의 징후가 포착된다. 하지만 몇 가지 현상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기상학계의 체계적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
-대구시는 그동안 폭염대책을 많이 내놨다. '시원한 도시'를 만드는 묘안이 있을까.
"대구는 도시화와 인공피복면 증가에 따른 기온상승이 두드러지는 도시다.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공공시설 옥상녹화와 도시숲 조성, 도로살수장치 자동시스템 가동, 친환경에너지 산업 육성, 이산화탄소 줄이기, 쿨링 포그 설치 등도 좋은 방법이다. 해양과 육상 생태계를 활용해 탄소를 줄이는 블루카본과 그린카본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 5월 대구기상청과 광주기상청, 대구탄소중립지원센터와 광주탄소중립지원센터 4개 기관이 '제1회 대구-광주 폭염 대응 달빛포럼'을 열었다.
"올 초 '달빛철도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양 도시간 탄소중립 조기달성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협력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폭염과 관련해 국가 및 지역 정책과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포럼을 열게 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대구기상청이 100m 단위로 열지도를 만드는 '대구폭염 열영향정보 생산기술 고도화' 사업과 양 도시의 폭염대응 사례, 폭염예측 기술투자 확대, 폭염 경감시설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됐다."
-'광프리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광주 더위는 어떤가.
"광주도 대구와 마찬가지로 분지형 도시다. 전국에 기상관측소가 많이 세워진 197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여름철 평균기온이 1.1도 높아졌는데 대구는 1.4도, 광주는 1.5도 상승했다. 광주는 대구보다 습도가 10% 정도 더 높은 것이 문제다. 체감온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날 오후 5시35분 현재 대구는 기온 34.2도에 습도 52%였고, 광주는 32도에 60%였다.)
-대구에도 기후위기시계가 동대구역에 설치돼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감심을 일깨우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던데.
"기후위기시계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로 억제하기 위해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을 시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30일 오전 9시 기준으로 4년 11개월 22일 3시간 남았다. 이를 위한 노력은 전 지구적으로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자가용 대신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 타기를 생활화하고 일회용 컵 쓰지 않기, 재활용품 분리 배출, 녹색 소비활동, 불필요한 쓰레기 만들지 않기 등이다. 나부터 지구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2013년 대구기상청(당시 대구기상대)이 대구 신암동에서 지금의 동촌유원지로 이전하면서 기온은 그대로인데 수치만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전 후에도 기존 대구기상대 자리의 관측소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관측 수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대구경북에 80여 곳의 관측소가 기후 데이터를 측정하고 있다."
-8월 날씨 전망을 해달라.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크다. 강수량도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많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여름철 평균 2.5개인데, 올해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의 '날씨알리미' 앱을 참고해달라."
●약력 △강릉대 대기환경과학과 석사 △기상청 예보기술분석과장 △기상청 총괄예보관 △세종연구소 파견 △국가태풍센터장 △대구지방기상청장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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