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우리투자증권 떴다...바짝 긴장한 여의도 IB
초대형 IB 성장 목표..우리금융지주와 시너지 기대
“기업금융, 증권사 간 경쟁 더 치열해질 수도”
10년 만에 부활한 우리투자증권이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에 진출하겠다고 예고하자 경쟁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국내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은 이미 경쟁이 과열돼있는데, 우리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진 ‘메기’가 등장하자 출혈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로 불리며 여러 대기업들과 오랜 기간 인연을 쌓아왔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계열사의 후광에 힘입어 주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다음달 1일 출범을 앞두고 ▲종합금융부문 ▲세일즈&트레이딩(S&T)부문 ▲리테일부문 ▲리스크관리부문 등 4개 사업부를 갖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 여의도 TP타워 22층에 둥지를 틀고 각 부문을 이끌 인사들을 선임해 팀을 꾸리는 중이다.
우리금융지주는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은 곳이었다. 당초 우리투자증권이 있었지만, 지난 2014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사를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고 지금의 NH투자증권이 됐다. 우리금융은 이후 증권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고 우리종합금융 내 사업부와 합병해, 10년 만에 증권사를 다시 갖게 됐다.
우리투자증권은 종합 증권업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초대형 IB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생 증권사답지 않게 전통 IB 영역에 진출한다고 공표해 눈길을 끌었다. 라이선스가 있으면 증권 발행과 공모 업무를 소화하는 게 가능하다. 현재 여러 부문에서 인력 스카우트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IB 인력이라고 한다.
‘초대형 메기’ 등장에 다른 증권사들은 동향 파악에 분주한 모양새다. 대형사들은 주관 경쟁 심화를, 중소형사들은 인력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은 ‘뒷배’가 있어 출발선이 다르다”며 “출범하기도 전부터 전통 IB의 재건을 내세운 데도 이런 자신감이 반영돼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B 분야에서는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가 워낙 중요해 신생 증권사가 뛰어들기 어렵지만 우리은행의 경우는 다르다” 며 “기업이 주관 업무를 필요로 할 때 우리은행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우리투자증권이 어떤 자리에라도 끼지 않겠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특히 회사채 주관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채 시장에는 캡티브 영업 관행이 암암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캡티브 영업이란 증권사들이 회사채 주관 딜을 따낼 때 보험사, 자산운용사, 종금사, 캐피탈사 등 계열사들의 참여를 약속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금융지주에는 여러 금융 계열사들이 있어 이 같은 캡티브 영업에 유리하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시장에선 이미 캡티브 영업이 과열된 상태여서 말 그대로 ‘혈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의 시장 점유율을 지켜야 하는 1, 2위 업체 KB증권과 NH투자증권뿐 아니라 신흥 강자로 떠오른 신한투자증권 등도 모두 금융 계열사를 동원해 캡티브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대신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도 마찬가지다. 경쟁 심화로 캡티브 물량이 많아지면 발행금리가 낮아져 발행사 입장에서는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주관사나 투자자에는 그만큼 손해다.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 시장에서도 우리투자증권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 간 주관 업무 능력에는 크게 차이가 없어 그간 기업과 맺은 인연이 주관사 선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신생 증권사로 유상증자 주관 이력이 없어도 우리투자증권 내부에 인력만 있다면, 계열사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상증자 발행 수수료가 낮아지고 규모가 큰 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추세여서 지주사가 있는 우리투자증권이 성과를 내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인수금융 부문은 이미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인수금융이란 인수·합병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미 타사 인력을 대거 스카웃한 상태다. 아직 트랙레코드가 없지만, 새롭게 합류한 실무진들의 경력을 기반으로 주선 업무를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우리은행이 인수금융 분야에서 큰손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다만, IPO 주관 쪽에서는 당장 실적을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일반 개인 투자자가 공모 청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트랙레코드가 없어 IPO 주관도 쉽지 않아서다. 상장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과 달리 보통 단 한 번만 하는 중요한 일이어서, 발행사는 그간 증권사가 어떤 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상장시켰는지 트랙레코드를 꼼꼼히 살핀다고 한다. 중소형사들도 IPO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신생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이 그 틈을 뚫고 들어가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투자증권이 타사에서 IPO 실무진을 영입하기 위해 발빠르게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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