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신호탄' 쏜 삼성전자의 자신감..."HBM 주도권 가져오겠다"

한지연 기자, 임동욱 기자, 배한님 기자 2024. 7. 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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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36GB(기가바이트) HBM3E(5세대 HBM) 12H(High, 12단 적층) D램 개발에 성공하고 고용량 HBM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사진은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는 반도체(DS)부문이 2분기 전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고 판단하고, 하반기에도 이같은 상승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의 중심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있다.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주고 '절치부심' 했던 삼성전자는 HBM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조만간 엔비디아 공급망에 올라탈 것이라는 시그널을 던졌다.

삼성전자는 31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HBM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시장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할 시점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날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대한 정보는 언급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음에도, HBM에 대한 구체적 현황 및 계획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퀄(품질) 인증과 관련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5세대 제품 HBM3E 12단이 양산 램프업(수율증대) 준비를 마쳤고, 하반기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BM3E 8단은 3분기 중 양산을 본격화한단 계획이다. HBM3(4세대)에 대해선 "모든 주요 GPU 공급사들에 공급 중"이라고 답해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 중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KB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가 올 8~9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본격 양산 직전 단계인 PRA(양산준비승인) 내부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추정돼, 4분기부터 HBM3E 12단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2분기 부문별 영업이익/그래픽=이지혜


삼성전자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HBM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HBM3E 12단부터는 경쟁사와 '동일 선상'에 설 것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4를 내년 하반기에 출하하겠단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3E12단을 올해 4분기 양산하고, HBM4 12단을 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의 엔비디아 HBM 퀄 인증 시기를 따라잡기만 하면, 월등한 캐파(CAPA, 생산물량)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손쉽게 가져와 역전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올해 생산 빗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와 (고객사) 협의 물량을 전년 대비 4배 가까운 수준까지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김 부사장은 "일부 고객사의 공급 요청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고객사들과 공급 협의를 이어가나며 내년엔 추가적으로 생산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고객사 요청에 따라 HBM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고 밝힌 것 역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삼성전자 분기별 실적 추이/그래픽=윤선정


삼성전자는 하반기 전략의 초점을 '실수요', '수익성'에 맞췄다.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수익성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의 경우, HBM와 더불어 서버향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와 서버향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AI가 촉발한 고용량·고성능 반도체 판매에 주력한다.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파운드리는 3나노(nm·10억 분의 1m) 2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의 양산을 기존 계획대로 하반기 시작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IT(정보기술)제품용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주도권을 지켜내는 동시에 게이밍모니터 등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미래 먹거리도 착실히 준비하겠단 계획이다.

2분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은 하반기 수요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되는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한다. 파리 올림픽 연계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과 고객의 초기 관심을 이끌어내고, 폴더블과 웨어러블 신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갤럭시 생태계 중심의 매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료비 상승 등 원가 부담은 하반기에도 지속되겠지만, 부품 표준화 등 제품사양 최적화와 운영 효율화로 실적 개선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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