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는 더위' 부산 폭염 14일째…온열질환 사망자 발생
아침까지 최저기온 27.3도로 6일째 열대야
폭염특보는 18일부터 14일째 발효 중
부산의 한 공사장에서는 60대 작업자 사망…"온열질환 추정"
기상청 "고온다습한 남서풍 유입…앞으로 최소 열흘은 비 소식 없이 무더위 계속"
부산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고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건물 신축 현장에서 60대 작업자가 숨지는 등 피해까지 발생해 온열질환 예방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 '낮에는 불볕더위' 부산 14일째 폭염특보…금정구 36.2도
31일 오후 부산 연제구의 한 도로. 양산으로 뙤약볕을 가린 시민들이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그늘을 찾아 연신 부채질을 해보지만 역부족인 듯 인상을 썼다. 더위에 지친 어르신들은 나무 아래 벤치에 앉거나 건물 그늘에 간신히 몸을 피해 가쁜 숨을 고르며 땀을 닦아냈다.
조봉임(84·여)씨는 "올해는 말도 못하게 덥다. 너무 더워서 조금 가다 쉬고, 가다가 쉬고를 반복하고 있다"며 "볕이 너무 따가워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 막힌다. 작년보다, 재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부산지역 최고 기온은 중구 대표관측소 기준 32.9도를 기록했다. 습도도 매우 높아 체감온도는 33.7도까지 올랐다. 지역별로는 금정구가 36.2도를 기록해 가장 높았고 동래구도 35.2도까지 수은주가 올랐다.
폭염특보는 14일째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18일 부산 중부지역에 폭염주의보를 발효했고, 이들 뒤 부산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27일에는 부산 동부지역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상향됐다. 중부와 서부지역도 29일 폭염경보로 대체됐다.
◇ '밤에는 찜통' 6일 연속 열대야…"당분간 무더위 계속"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부산지역 최저기온은 27.3도를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6일 연속이자 이달 9번째 열대야로 기록됐는데, 이는 최근 10년 동안 7월 열대야 발생일수 중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날 밤에도 열대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부산은 1994년 7월 한 달에 무려 21차례 열대야가 발생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2018년과 2021년 7월에 각 17차례씩 열대야가 관측됐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동안 7월 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5.1일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서 고온다습한 남풍이 유입돼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앞으로도 고기압 영향이 이어져 당분간 폭염특보 발효 수준의 무더위는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계속 유입되면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낮에는 뜨거운 볕에 의해 기온이 올라가 덥고, 밤에도 고기압 영향으로 열이 식지 않아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기 예보를 보면 앞으로 10일 동안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수준의 무더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 소식도 없어 한동안 더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물을 많이 마시고 한낮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등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야외 등 더위에 취약한 작업장에서는 예방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폭염 속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는 60대 작업자 사망…"온열질환 추정"
연일 이어진 찜통더위에 공사장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쯤 연제구의 한 건물 신축 현장에서 A(60대·남)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A씨는 다른 작업자 1명과 함께 토목 작업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 A씨에게서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질병도 없었던 점 등을 바탕으로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발견 당시 체온이 40도까지 오르는 등 온열질환에 의한 신체 변화를 보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건설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지는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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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송호재 기자 song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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