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도 없고 효과도 없을 기후대응댐 14개
환경부, 14개 댐 후보지 발표
환경부(장관 김완섭)가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 국가전략산업의 용수 수요 등에 대비해 댐 14곳을 짓겠다고 7월 30일 발표했다. 다목적댐을 추진하는 것은 14년 만이고, 전국 곳곳에 여러 개 댐을 추진하는 것은 2001년 이후 20년 만이다. 환경부는 이 댐들을 ‘기후위기 대응댐'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기후위기 대응댐' 건설 계획은 법적ˑ절차적 근거가 없고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 “신규 댐 계획은 근거가 없다"
먼저 ‘법적ˑ절차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댐 14개 계획은 우리나라 최상위 물관리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범위 내에서 수립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허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2030년 최대 가뭄 기준 물 부족량을 연간 6백 6십만톤 정도로 제시하고 있는데, 14개 댐으로 확보하겠다는 수자원은 무려 2.5억 톤으로 42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정밀한 지역별 물 수지 분석을 통해 확립된 것인데 이것과 맞지 않는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논리상 타당하지도 않고 물관리기본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범위를 벗어나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정책 타당성을 검토한 뒤 2026년에 있을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정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환경부는 ‘너무 시급한 문제였다'는 명분을 댈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14개의 댐 계획이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접촉한 전문가들은 ‘실효성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댐 건설 계획은 기후변화에 무지한 관성적 대책"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댐 건설 계획은 기후변화에 무지한 관성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주 송곳 폭우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강수에 대해서 언제 어디에 기록적 폭우가 올 것인지 예측해서 댐을 지을 수 있나? 양재동엔 비 오고 도곡동엔 해가 나는데?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댐 같은 경직된 인프라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댐 건설 같은 대책보다 반지하 같은 취약지대를 개선하고 오송 참사를 일으킨 것 같은 제방 관리 부실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효용 없는 저수지 수준의 댐을 짓는 계획이다”
설사 댐의 효용을 인정한다 해도 이번에 건설 계획이 발표된 댐들은 실효성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댐은 저수용량이 커야 물공급량도 많고, 갑작스런 홍수로 불어난 물을 담아놓을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환경부가 건설 예정이라고 발표한 14개 댐의 저수용량을 다 합쳐도 3.2억 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양강댐이 29억 톤이니, 14개를 합해도 10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효율이 있을 만한 1억 톤 이상의 댐은 강원도 양구 수입천에 지어질 것 하나 뿐이다. 1천만 톤 이하가 7개고, 심지어 경남 거제에 지어질 것은 불과 80만 톤짜리다. 전문가들은 ‘댐이 아니라 저수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저수량 100만 톤 이상의 저수지는 554개, 1천만 톤 이상은 33개다. 신규 댐 14개 중 1천만 톤 이하가 7개나 되니 저수지 수준이라는 평가가 과장은 아닐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하루 약 200mm 강우를 수용할 수준의 저수량 수백만 톤 규모 홍수 방어용 댐은 기후위기 시대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만약 3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면 환경부가 계획한 댐들은 오히려 저수 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홍수 방어를 위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이를 위한 대응을 제대로 고민했다면 환경부의 이같은 계획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자원공사 사장을 지낸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환경부의 대책이 댐을 건설하거나 아니면 강바닥을 준설하는 식의 타성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는 이제 댐은 지을 만큼 지었고, 큰 댐을 지을 곳은 더 이상 없으니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댐보다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다가 홍수가 나면 거기에 물을 담을 수 있게 하고 피해가 나면 국가가 보상을 하는 홍수 저류지들을 많이 만드는 게 낫다'고 했다.
박 교수는 댐 건설의 또다른 명분인 '수원 확보'의 대안도 제시했다. ‘발전용 댐들의 물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발전용 댐의 물을 용수공급용으로도 활용하면 대량의 신규 수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수온... 댐에 녹조 창궐할 것
기후변화로 수온이 날로 뜨거워지는 시대에 녹조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댐을 만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올해 낙동강 유역인 안동댐과 영주댐에서는 매우 고농도의 녹조가 발생해 환경단체가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의뢰해 측정한 바에 따르면 녹조(남조류) 세포 수가 안동댐 110만셀, 영주댐 190만셀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환경부가 설정한 최고 단계의 농도, 조류대발생에 해당한다.
“물관리 하라 했더니 수계를 파괴하는 환경부”
이번에 발표된 14개 댐 후보지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강원도 양구 수입천의 댐(저수량 1억 톤)은 생태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해당 지역은 비무장지대 바로 아래에 있는 천혜의 생태 보존지역인데 댐을 지으면 파괴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완옥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은 “수입천은 옛날부터 두타연계곡이 열목어 최대 서식지고 어름치, 가는돌고기, 둑중개 등 한두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멸종위기종이 사는 곳이다. 환경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싶어도 DMZ라서 못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환경부가 거기다 댐을 짓겠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에 물관리 권한을 주니까 수계를 망가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말하는 ‘물관리'란 문재인 정부 시절 여러 부처가 나누어 갖고 있던 수량, 수질, 재해 관리 기능을 환경부에 몰아서 일원화한 것을 말한다. 문제는 물 관리 일원화 이후 환경부가 전통적으로 환경부가 해왔던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는 역할에서 개발하고 파괴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만 해도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을 선언했던 환경부가 ‘14개 댐 건설 선언'을 한다거나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폐기하는 등의 행태가 그것이다.
환경 무시하고 토목세력 욕망 받쳐주는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교수)은 ‘환경부가 본래의 가치를 스스로 무시하고 토목 세력의 욕망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가 환경처에서 시작해 환경청, 환경부로 조직이 확대되면서 위상이 높아진 데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환경의 중요성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환경 시민사회단체의 역할도 컸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과거에는 작더라도 때로는 결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환경부의 물관리 정책을 감독해야 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만약 내가 물관리위원장을 하고 있었다면 환경부 장관을 오시라고 해서 심하게 질책했을 것 같아요. 환경부가 근거 없는 일을 하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배덕효 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댐 건설 발표 하루 전인 7월 29일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의 언론 기고를 했다. 그의 기고 내용에는 기후위기 시대에 댐이 홍수나 가뭄 대응수단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검토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과거부터 그래왔으니 댐이 최고라는 식이다.
환경부의 이번 댐 건설 계획이 그대로 실행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우선 최대의 댐 후보지인 수입천을 끼고 있는 양구군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남 화순군도 ‘환경부가 지자체와 협의 없이 발표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충북 단양군도 대표적인 관광지인 선암계곡에 댐을 짓겠다는 환경부의 계획에 펄쩍 뛰고 있다.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계획이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를 통과할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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