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베네수엘라 시위 격화···“최소 11명 사망”
베네수엘라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서 비롯된 시위가 전국적으로 격화하면서 최소 11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잇따르고 약 750명이 체포됐다. 3선 고지에 오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시위에 나선 시민과 야권 인사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AFP통신은 30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 페날 발표를 인용해 대선 결과 발표 후 거리 시위에 나선 시민 최소 11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포로 페날은 사망자 중 2명은 15세와 16세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검찰에 따르면 시위대 중 체포된 사람은 750명에 달한다.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곳곳에서 모인 시민들은 전날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3선 당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초반에 평화롭게 이어지던 시위는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과 난투극이 벌어지며 점점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했다고 베네수엘라 매체 엘디아리오 등은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야권 핵심 인사인 프레디 수페르라노가 카라카스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소총을 든 이들에게 끌려가는 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민주야권연합을 이끄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야권 대선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무력 진압에 나선 군경에 맞서 ‘평화 시위’를 강조하면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마차도는 전날 “투표소별 데이터를 직접 파악한 결과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약 620만표를 확보해 마두로 대통령(270만표)에 압승했다”며 “마두로 정권이 속임수로 모든 사람을 속일 순 없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격화하는 시위를 ‘쿠데타’로 규정하며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TV로 방송된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와 폭력, 부상자와 사망자, 파괴에 대한 책임을 곤살레스 우르티아와 마차도에게 물을 것”이라며 밝혔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두 사람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군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무조건적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위 과정에서 군·경찰병력 중 1명이 숨졌고 4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로페스 장관은 2019년 후안 과이도 전 임시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마두로 대통령 편에 서서 진압에 나선 인물이다.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은 “소요를 주도하거나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749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며 “심각한 경우 테러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베네수엘라 정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제재에 나설 방안은 마땅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마두로 정부로부터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겠다는 약속을 받고 석유 산업에 관한 일부 제재를 완화해준 미국으로선 딜레마에 처해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분석했다. 세계 1위 원유 보유국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등 다시 제재를 택하기엔 미국 대선 기간에 유가가 오르는 부작용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24시간 뉴스채널 유로뉴스는 유럽연합(EU) 역시 베네수엘라 대선이 “결함과 비리로 얼룩져있다”고 비판하면서도 베네수엘라에 새로운 제재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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