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대책 '정산대금 관리'…이커머스 경쟁력 약화 우려도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정산 대금 관리 시스템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적자가 지속해서 누적돼 사실상 '좀비' 상태가 된 티메프가 판매자에게 지급할 판매대금을 유용하면서 큰 피해를 양산하면서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판매대금 관리를 위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규제로 시장 성장 저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3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중심축 중 하나를 '정산 대금 관리'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입법 방식을 놓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현행 법체계가 전자상거래법과 전자금융법으로 이원화돼있는 데다 플랫폼 산업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산 대금 관리 시스템은 플랫폼 사업자가 셀러들에게 지급해야 할 판매대금을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한 후 모기업이 큐텐그룹이 판매대금을 미국 플랫폼인 '위시' 인수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이를 인정한 바 있다.
판매대금의 유용 방지를 위해 등장한 대책은 바로 에스크로 시스템이다. 셀러와 소비자간 거래가 종결될때까지 판매대금을 금융기관 같은 제3의 기관에 예치해 두는 매매 보호 서비스다.
이미 11번가, 무신사, 지그재그 등 일부 이커머스 기업들은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해 정산을 진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스크로 시스템은 입점 업체에 지급해야 할 돈에 함부로 손을 못 대게 하는 일종의 금고 역할을 한다"며 "정해진 정산 주기에 맞춰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판매대금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산 대금의 일부를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 플랫폼 산업의 특성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플랫폼이 중개수수료만 받고,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을 입주업체가 직접 수령하면 정산 관련 위험은 발생하지 않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활용할 자금도 줄어들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상 거래는 소비자가 결제하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교환·환불, 오배송·오착송 등의 역정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산 주기를 짧게 할 경우 판매자 업무가 과중돼 결과적으로 판매자들의 판매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시장 메커니즘에 개입해 규제를 만들기는 쉽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산주기에 맞춰 플랫폼이 유동적 여유를 가지고 판매촉진 행사 등 매출 강화 활동을 하는데 주기가 줄어들 경우 판매 촉진 활동이 줄어들어 결국 판매 수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플랫폼들도 성장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한국 플랫폼만 정산 주기와 방법을 규제할 경우 결과적으로 글로벌 플랫폼이 공격적 스탠스를 취했을때 국내 기업이 방어할 수가 없다"며 "규제를 글로벌 플랫폼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안전장치라고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고객 돈 분할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에스크로 도입 '의무화'가 아닌 '유도'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칫 이커머스 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객 돈 분할 관리를 법령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오픈마켓 특성상 결제 대금이 이커머스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신뢰성'이다. 신뢰성과 가장 직결되는 정산 대금 관리가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는 게 이번 티메프 사태의 시작점"이라면서 "판매자나 소비자들의 보호 차원에서 법제화를 통한 최소한의 규제는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티메프 사태는 최소한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도덕적 해이로 촉발됐다고 본다"면서 "에스크로 서비스 등 안전장치를 이커머스 업체들이 갖추도록 개선하고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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