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서핑에서 '욱일기' 보드 등장할 뻔!‥한국 감독이 막았다!!

신준명 surf@mbc.co.kr 2024. 7. 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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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에서 '욱일기' 보드 타려 했다고?

출처: 잭 로빈슨 인스타그램 계정 @jackrobinson72
파도가 만들어 내는 거대한 튜브, '배럴(barrel)'을 뚫고 나오는 서퍼. 지난 29일, 파리올림픽 서핑 남자 2라운드에서 호주 선수 잭 로빈슨(Jack Robinson, 27세)의 경기 장면입니다. 당시 평가 점수는 9.87, 2라운드 기준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올림픽에서 서핑이 공식 종목이 된 건 지난 도쿄 올림픽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이번 대회 서핑 경기는 파리에서 1만 5,706km 떨어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히티 테아푸후에서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 선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욱일기'가 그려진 서프보드를 사용하려고 했었고, 이를 알게 된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의 제보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잭 로빈슨은 올해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서핑리그(WSL) 챔피언, 이번 올림픽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데요, 지난 30일 열린 3라운드에서 경쟁자 미국의 존 존 플로렌스를 꺾고 8강에 진출했습니다.


왜 '욱일기' 서프보드였을까?

출처: 잭 로빈슨 인스타그램 계정 @jackrobinson72
파리올림픽 개회 이틀 전인 지난 25일, 잭 로빈슨은 자신의 SNS(팔로워 41만) 욱일기 문양이 그려진 서프보드 4장을 놓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2days to go..boards inspired by AI(이틀 남았다..AI에게 영감을 받은 보드)"라고 적었습니다.

AI는 앤디 아이언(Andy Iron)이라는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서핑 선수의 이니셜로, 욱일기 서프보드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잭 로빈슨은 자신의 어릴 적 우상 아이언을 추모하는 의미로 올림픽에서 욱일기 서프보드를 들고 출전하려했던 겁니다.


한국 서핑 국가대표팀 감독이 제보‥MBC가 문의하자 게시글만 삭제

이 게시물이 올라온 당일, 송민 대한민국 서핑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 내용을 MBC에 제보했습니다.

출처: 잭 로빈슨 인스타그램 계정 @jackrobinson72

해당 게시글에 한 팔로워도 "적어도 일본인들은 널 응원할지도 모른다(at least The Japanese might be cheering for you)"는 댓글을 달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MBC는 즉각 잭 로빈슨에게 '서프보드에 그려진 문양이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와 유사한 걸 알고 있는지', '이 보드를 파리올림픽에서 사용할 것인지' 등을 묻는 댓글을 남기고 메시지와 메일도 보냈습니다. 그러자 해당 게시글은 별다른 설명없이 삭제됐습니다.

이후 잭 로빈슨의 매니지먼트사는 "게시물을 내렸다. 잭과 이야기해 보겠다. 그가 이것이 부정적인 상징이라는 것을 거의 모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단지 앤디의 보드에서 본 것만 기억할 것이다(We took down the post. I will speak with Jack, as I can almost guarantee he has no awareness this is a negative symbol. He would only remember it from Andy’s boards)"라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대한체육회가 호주 측에 항의하고서야 "욱일기 서핑보드 안 쓴다"

하지만 "욱일기 서프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답은 없었습니다. MBC는 이를 대한체육회에 알렸고, 대한체육회는 즉각 파리 현지에 있는 관계자를 통해 호주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항의했습니다. 그 결과 호주 NOC는 개막식 하루 전인 다음날, 잭 로빈슨으로부터 "욱일기 서프보드를 경기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해왔습니다. 송민 감독과 대한체육회의 신속한 대처로 욱일기 서프보드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불미스러운 일을 막아낸 겁니다.


한국 서핑 대표팀 감독 "욱일기 사용 자제 촉구할 것"

출처: 잭 로빈슨 인스타그램 계정 @jackrobinson72
출처: 잭 로빈슨 인스타그램 계정 @jackrobinson72

잭 로빈슨의 SNS에는 어린 시절 잭 로빈슨이 '욱일기 서프보드'를 들고 서 있는 모습 등 여전히 관련 사진들이 여러 장 남아있습니다. 해당 게시물엔 "부적절하다"와 "디자인일 뿐"이라는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이번 사건을 제보한 송민 감독은 "서구권 서퍼들 가운데 욱일기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걸 모르고, 혹은 알고도 디자인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잦다"며 "욱일기 문양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에 경각심을 촉구하고 국제서핑협회(ISA)와 전 세계 서핑 커뮤니티에 이를 알려 사용 자제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만약 욱일기 서프보드가 서핑 경기에 사용됐다면, 한국과 호주가 만나 경쟁하는 다른 경기들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복되는 '욱일기' 논란‥"올림픽에서 퇴출해야"

앞서 지난 도쿄 올림픽에선 일본 조직위가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는 바람에 사이클 남자 도로 경기 중에 욱일기 응원이 등장하는 등 논란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올림픽 헌장 제50조 제2항에 따르면 올림픽 장소 등에선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헌장이 구체적인 문양을 금지한 상황은 아닌데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욱일기 응원을 금지했던 것처럼 올림픽에서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여론 형성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신준명 기자(surf@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22731_36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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