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느와르 전문 엄태구는 로코킹이 됐을까('놀아주는 여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7. 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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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렬해서 쳐다보기 무섭던 그 눈빛이 이제는 더할 나위 없이 러블리해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든다.

어딘지 바람에 휘날리는 코트만 어울릴 것 같던 그가 이제 멜로드라마 남자주인공이 입을 법한 블링블링한 옷들과 너무 잘 어울린다.

이제 2회만을 남겨 놓은 '놀아주는 여자'는 그래서 곧 종영할 것이지만, 적어도 엄태구라는 배우가 이를 통해 열어 놓은 연기의 새로운 영역은 앞으로도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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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주는 여자’, 이제 멜로도 엄태구, 느와르에서부터 코미디까지 다 된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너무 강렬해서 쳐다보기 무섭던 그 눈빛이 이제는 더할 나위 없이 러블리해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든다. 듣다보면 바닥을 긁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이제는 처음 사랑에 눈을 떠 표현이 어눌한 순정남의 목소리로 들린다. 어딘지 바람에 휘날리는 코트만 어울릴 것 같던 그가 이제 멜로드라마 남자주인공이 입을 법한 블링블링한 옷들과 너무 잘 어울린다.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를 통해 발견한 엄태구의 새로운 매력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제목부터가 수상(?)하다. 어딘가 부적절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제목 앞에 들어 있는 문구들이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들과' 놀아준다는 의미였다는 것이었고, 극중에서 외롭고 어려운 길을 홀로 걸어가는 서지환(엄태구)과 함께 시간을 보내준다는 의미였으며, 나아가 세상의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나서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선입견과 그것이 깨지는 순간이 주는 반전의 공감은, 서지환이라는 인물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전직 조폭이지만 그 시절로부터 손을 씻고 나와 '목마른 사슴'이라는 육가공업체를 만들고 정직한 방법으로 살아갈 길을 자신은 물론이고 동생들에게도 열어주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들의 정체가 알려지자 이 회사에서 나온 소시지 또한 판매가 급락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 서지환이 전과자들을 끝까지 보듬어주고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모습은 정반대로 여전히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그래서 억울한 상황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서지환은 그런 상황들조차 담담하게 수용한다. 실제로 자신들이 잘못한 일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것 때문에 생긴 억측들조차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니 외롭고 고독할밖에. 하지만 그 진심을 알아주는 인물 고은하(한선화)가 서지환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시선에 비친 서지환과 동생들의 모습은 착하고 우직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서 저 제목이 줬던 반전의 공감이 생겨난다. 고은하의 시선을 따라간 시청자들은 이제 서지환이 달리 보인다.

물론 고은하의 깨발랄한 아이 같은 순수한 시선이 큰 역할을 하지만, 서지환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과 행동들로 로맨틱한 웃음을 주는 부분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은 점점 이 인물에 빠져들게 됐다. 서지환만이 아니라 그 동생들인 주일영(김현진), 곽재수(양현민), 정만호(이유준), 양홍기(문동혁), 이동희(재찬)까지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백설공주 앞에 저마다 귀여운 면모들을 드러내는 난장이들처럼 순수한 매력들이 폭발한다.

엄태구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를 기록하고(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글로벌 100여 개 국가에서 이 드라마가 시청자 수 기준 1위를 기록하는(OTT 라쿠텐 비키) 놀라운 결과가 생겨난 건 우연이 아니다. 워낙 K로맨스에 열광하게 된 해외 K콘텐츠 팬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엄태구의 멜로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과 그걸 정확하게 받쳐준 작품이 시너지를 만들어내면서 생겨난 결과다.

이제 2회만을 남겨 놓은 '놀아주는 여자'는 그래서 곧 종영할 것이지만, 적어도 엄태구라는 배우가 이를 통해 열어 놓은 연기의 새로운 영역은 앞으로도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늘 똑같은 이미지의 늘 비슷한 역할로만 소환되었던 엄태구를 이제는 멜로나 코미디 같은 영역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멜로 가득한 눈빛으로 바뀐 그 반전 매력을 시청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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