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신 '전문의·PA 간호사 키운다'…상급종합병원 재조직(종합)
중증환자 비율 60% 이상으로 확대…수가 정상화로 경영난 우려 불식
PA 간호사 숫자 늘리고, 위상 강화…"간호법안 국회 통과 적극 지원"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31일 마감되지만, 수련 과정으로 복귀하려는 지원자는 극소수에 그치는 모양새다.
정부는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비율을 늘리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경증이나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도록 하되 진료 축소에 따른 경영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저평가된 중증환자 수가를 합리화한다.
'전공의 없는 병원'이 상시화할 것에 대비해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얘기다. 대형병원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마저도 점쳐진다.
'전문의 중심'으로 인력 개편…"전공의는 2차 병원서 수련"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이 됐지만,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를 포함한 수련병원 지원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정부는 더 이상의 의료차질을 막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숙련된 인력인 전문의 비율을 늘려 전공의 의존도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도 이날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설명회에서 "전공의에게 의존하던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구조를 전문의와 PA 간호사, 여러 의료기관의 인력이 협업하는 형식으로 혁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대까지 올라온 전공의 비율을 낮추고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원팀'으로 일하는 등의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전공의 수련이 너무 대형병원 위주로 진행되는 현재 상황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공의 수련 구조를 혁신하고, 앞으로 전공의 절반 이상은 2차 병원 이하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재편으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 비수도권 전문의를 빨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일부 수도권 병원에서 전문의를 추가로 채용해야 할 수 있겠지만,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팀으로 일하는 구조로 운영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제도 조정을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리다매'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수가 정상화로 수익구조 개선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인력구조를 개편하는 것과 함께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도 완화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이나 중등도(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 이용률을 낮춰 의료전달체계 꼭대기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본래의 목적대로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이 아닌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들까지 보면서 수익을 늘려가는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이 진료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수익을 만드는 구조로 가지 않도록, 본래의 목적에 맞게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재 40∼50% 수준인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3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시범사업을 통해 평균 6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단장은 "'전문의 중심병원'이라고 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양적인 측면은 그래도 두고 전공의가 하던 것을 전면적으로 전문의의 업무로 전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의료 이용량을 줄여가면서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는 진료체계를 갖춰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환자 진료가 확 줄면서 상급종합병원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중환자 진료에 대한 수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며 "수가 합리화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 위주로 진료해도 경영상 어려움이 없는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대신 PA 간호사…'수술보조→진료지원'으로 역할 확대
정부는 숙련된 인력인 PA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급종합병원이 제 기능을 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1만3천명 수준인 PA 간호사 숫자를 확대하고, 국회에 발의된 '간호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가 나간 많은 병원에서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팀을 이뤄서 업무를 재설계하면서 PA 간호사 숫자가 지난 5월께 1만1천명 수준에서 최근 1만3천명 수준으로 계속 늘어났다"며 "간호사들도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법적으로 보장 받으면서 숙련도를 높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지원을 통해 PA 간호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PA 간호사가 수술 보조만 하는 등 기능이나 역할이 제한적이었는데, 앞으로는 여러 가지 훈련과 교육을 통해 진료지원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PA 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이들의 지위를 우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여야가 발의한 '간호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간호법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간호사는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 등에 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에 따라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 역시 '불법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에 대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안이 최우선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국회 논의를 지원할 것"이라며 "PA 간호사가 제도화되기 전이라도 병원들이 PA 간호사 훈련 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통해 여건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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