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패배에 끈 떨어져가는 미얀마 군부…중국은 총선 압박

김서영 기자 2024. 7. 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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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 EPA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가 31일(현지시간) 만료되는 가운데, 군부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중국이 최근 군부에 총사령관 퇴진과 총선 실시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유지해왔던 다른 국가들도 군부의 영향력 축소를 지켜보며 점차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30일 닛케이아시아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총선을 실시하라고 압력을 가했으며, 최근에는 임시 지도자를 위해 자리를 넘기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근래 들어 중국은 미얀마 군부 주요 인사와 접촉을 이어왔는데 이때 이와 같은 출구 전략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장군 출신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으며, 그 열흘 뒤에는 현 정권 2인자 소 윈 부사령관이 중국으로 향했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은 테인 세인 전 대통령에게 임시 지도자 역할을 맡을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물러나고 내년 초에 총선을 치르도록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설득할 것인지를 물었다. 중국은 소 윈 부사령관에게도 내년 중반까지 총선 실시와 임시 정부를 제안했다고 전해졌다.

쿠데타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된 미얀마 군부의 가장 든든한 편이었던 중국이 이처럼 총선과 총사령관의 퇴진을 종용하는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내전 탓에 전국 단위 총선을 실시하기 어려운 여건인 데다, 국민통합정부(NUG)를 비롯한 민주·반군부 진영이 선거를 보이콧하는 상황에서도 총선을 권하는 데에는 이해타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첫째로 소수민족 군대와 시민방위군(PDF)의 공세에 밀려 통제력을 잃는 것을 보며 군부의 무능함에 대한 중국의 실망이 커졌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은 특히 자국과 국경을 맞댄 미얀마 샨주에서 군부가 주요 도시를 함락당한 것을 우려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은 민 아웅 흘라잉을 결코 신뢰하지 않고 무능하고 부끄러운 존재로 여긴다. 쿠데타 이후 중국은 꾸준히 (행사에) 그를 초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미얀마 타앙민족해방군(TNLA) 군인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얀마 북부 샨주의 한 마을에서 무기를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두 번째로는 중국이 미얀마 내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을 보호하고 선거를 치르기 위한 자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미얀마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는 해석이 있다. 인도태평양 정치 전문지 디플로맷은 “요점은 군부가 통제 가능한 지역에서만 중국의 물류와 자문을 제공해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전국적으로, 더 중요하게는 석유와 가스 사업이 있는 곳에서 영향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태국, 일본 등 여러 국가들도 군부가 세력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점차 군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태국에서는 미얀마 내부로 지원을 감독하려는 센터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지원을 군부를 통해 하던 기존 공식 정책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또한 서방 제재와 무관하게 그동안 미얀마 내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댔던 일본 역시 사업이 위협을 받으며 양자 접촉과 지원 프로그램을 급격히 줄였다고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8월1일자로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더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31일에도 군부는 자정이 넘어가기 직전에 6개월 연장을 발표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1년 2월1일 쿠데타 발발 이후 미얀마 내 330개 타운십(구) 중 80% 이상이 충돌의 영향을 받았다. 군부는 영토 약 3분의 1에서 통제권을 잃었으며, 국내 실향민은 약 300만명에 달한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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