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의 와인 이야기] 뉴질랜드 와인 인기 비결은? “어떤 와인을 골라도 실패가 없다”

김기정 매경GOLF 기자(kim.kijung@mk.co.kr) 2024. 7. 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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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수입 와인 부진 속에서 뉴질랜드 와인만 34.6% 폭풍 성장했다. 뉴질랜드 와인의 인기 비결은 어떤 와인을 골라도 실패할 확률이 없다는 것이다.

펠튼 로드 피노 누아와 샤로도네
올 상반기 국내 와인 시장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와인업계 매출은 전년 대비 20~30% 하락세지만 체감경기는 이보다도 더 안 좋다. 유일한 예외가 ‘뉴질랜드 와인’이다. 올해 뉴질랜드 와인 누적 수입 금액은 995만 달러(5월 현재)로 전년 대비 34.6%가 증가했다. 뉴질랜드는 국내 와인 수입액 기준 프랑스-미국-이탈리아-칠레-스페인에 이어 6위에 올라섰다.

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은 “한국 시장에서 호주 와인보다 뉴질랜드 와인이 많이 수입되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호주는 세계 5위의 와인 생산 국가로 세계 13위의 뉴질랜드보다 엄청난 양의 와인이 세계적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원장, 송해민 호텔 신라 소믈리에, 이유진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 상무관으로부터 뉴질랜드 와인의 인기 비결에 대해 알아봤다.

올 상반기 전반적인 와인 시장 침체 속에 뉴질랜드 와인이 선전했다고 들었다. 한국 와인 시장에서 뉴질랜드 와인은 어떤 위치인지 궁금하다.

이유진 상무관(이하 이) 뉴질랜드는 와인 역사가 짧은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현재 포도나무 수령이 20년을 넘어가는 와이너리들이 많아짐에 따라 와인의 품질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세계 최대 낙농 수출 국가로서 유제품에 사용하던 첨단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무산소 숙성 기술을 활용한 소비뇽 블랑은 전 세계를 매료시킬 만큼 독특하고 신선해 뉴질랜드를 와인 생산 국가로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통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의 성공과 더불어 이제 뉴질랜드는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가지 훌륭한 와인 품종을 생산하고 있다. 젠시스 로빈슨이 피노 누아의 성배로 칭한 센트럴 오타고나 최근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샤르도네의 수도라 불리는 기즈본, 시라와 보르도 블렌드를 생산하는 혹스베이 등이 떠오르는 생산지다.

뉴질랜드 와인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수진 원장(이하 박) 가격 대비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본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나 피노 누아의 경우 품질의 편차가 적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많은 와인들을 선택할 수 있다. 남들이 좋다는 유명 와인을 비싸게 주고 샀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뉴질랜드 와인은 부담 없이,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스크루 캡을 많이 쓰는 것도 소비자가 쉽게 다가가게 만드는 요소라고 본다.

이 어떤 와인을 골라도 실패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뉴질랜드 정부의 와인 수출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No-Fault policy’로 수출되는 모든 와인의 품질을 검사하여 실패가 없는 와인만 수출된다.

뉴질랜드 와인의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인가.

과실 중심의 스테인리스 스틸 숙성 소비뇽 블랑이 그동안의 지배적인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오크 숙성을 통해 복합미를 겸비한 소비뇽 블랑이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쨍한 산미와 풋풋한 풀내음에 지루함을 느끼는 소비자라면 뉴질랜드의 창의적인 와인메이커들이 만든 여러 가지 숙성기술을 동원한 다양한 스타일의 소비뇽 블랑을 시음해보시기를 추천한다. 배비치 와인메이커스 리저브 소비뇽 블랑(Babich Winemaker’s Reserve Sauvignon Blanc)의 경우 80%가 오크 숙성한 소비뇽 블랑으로 부드러운 산미와 토스트 향이 샤르도네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다. 비슷한 와인으로 클라우디 베이 테코코(Cloudy Bay Te Koko), 도그 포인트 섹션 94 소비뇽 블랑(Dog Point Section 94 Sauvignon Blanc), 크래기 레인지 테무나 로드 소비뇽 블랑(Craggy Range Te Muna Road Sauvignon Blanc) 등이 있고 5만 원대 안팎의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뉴질랜드 와인을 가격대별로 추천해달라.

송해민 소믈리에(이하 송) 소비뇽 블랑에 국한하지 않고 경험했으면 하는 기대로 레드 와인만 두 가지를 추천한다. 소비자가 5만 원 미만의 테 마타(Te Mata Bullnose Syrah 2022), 5만 원 이상 그레이스톤(Greystone Thomas Brother’s Pinot Noir 2021)을 추천한다.

와린이를 위한 뉴질랜드 와인, 와인 애호가를 위한 뉴질랜드 와인을 추천해달라.

와린이라면 말보로 소비뇽 블랑을 추천한다. 실패하기 어려운 와인으로 상큼하고 신선해 다양한 음식과 매칭하기 좋다. 특히,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요즘 가장 마시기 좋은 와인이 소비뇽 블랑이다. 와인 애호가라면 센트럴 오타고의 피노 누아를 추천한다. 가격대는 좀 높지만, 부르고뉴와 비교할 만한 높은 수준의 피노 누아를 만나볼 수 있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와 함께 비교해서 마셔보길 권한다. 각자의 취향을 좀 정확히 알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의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보다는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실 수 있으며,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보다는 산도와 우아함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혹은 인상 깊었던 뉴질랜드 와인을 하나만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센트럴 오타고의 피노 누아를 좋아한다. 특히좋아하는 와인을 꼽자면 하나는 펠튼 로드(Felton Road) 피노 누아이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 비슷한 산도와 우아함, 여기에 강렬한 과일 풍미가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갓 출시된 어린 와인도 좋지만 4~5년 이상 숙성해서 마셔보면 풍미가 더해지며 더욱 매력적으로 변한다. 또 하나 좋아하는 와인은 클라우디 베이의 테 와히(Cloudy Bay Te Wahi)이다. 예전에 국내 론칭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당시는 큰 매력을 못 느꼈다. 하지만 6~7년 동안 WSET 수업에서 꾸준히 시음하고 있는데 점점 더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아타랑기(Ata Rangi McCrone 2020)는 오래전부터 뉴질랜드의 가장 애정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였는데, 이번에 뉴질랜드 와이너리 방문을 통해 직접 찾아가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누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개의 와인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맥크론 빈야드(McCrone Vineyard)의 인상 깊었던 긴 여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바이올렛, 장미 꽃잎의 화사한 향기와 달콤한 라즈베리에 섬세한 스파이스가 어우러지면서 풍부한 과즙미, 깨끗한 산미, 실키한 타닌감이 조화롭게 여운으로 남는다. 다소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는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없애준 와인이었다

(순서대로) 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 송해민 호텔 신라 소믈리에 ·이유진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 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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