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주도권 가져오겠다"…경쟁사 로드맵 맞춘 삼성전자

한지연 기자, 임동욱 기자, 오진영 기자 2024. 7. 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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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엔비디아 공급망에 올라탈 것이라는 시그널을 던졌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가 올 8~9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본격 양산 직전 단계인 PRA(양산준비승인) 내부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추정돼, 4분기부터 HBM3E 12단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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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부문별 영업이익/그래픽=이지혜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엔비디아 공급망에 올라탈 것이라는 시그널을 던졌다. 반도체(DS)부문이 올해 2분기 전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을 토대로, HBM까지 더해 이같은 반등 모멘텀을 하반기까지 이어나가겠단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31일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HBM 주도권을 빼앗아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퀄(품질) 인증과 관련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5세대 제품 HBM3E 12단이 양산 램프업(수율증대) 준비를 마쳤고, 하반기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BM3E 8단은 3분기 중 양산을 본격화한단 계획이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가 올 8~9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본격 양산 직전 단계인 PRA(양산준비승인) 내부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추정돼, 4분기부터 HBM3E 12단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HBM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HBM3E 12단부터는 경쟁사와 동등한 시점에 출시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4를 내년 하반기에 출하하겠단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3E12단을 올해 4분기 양산하고, HBM4 12단을 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의 엔비디아 HBM 퀄 인증 시기를 따라잡기만 하면, 월등한 캐파(CAPA, 생산물량)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손쉽게 가져와 역전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올해 생산 빗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와 (고객사) 협의 물량을 전년 대비 4배 가까운 수준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업계 선도 캐파 확보를 목표로 내년에는 올해 대비 2배가 넘는 빗그로스 공급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일부 고객사의 공급 요청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고객사들과 공급 협의를 이어가나며 내년엔 추가적으로 생산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고객사 요청에 따라 HBM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고 밝힌 것 역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삼성전자 분기별 실적 추이/그래픽=윤선정

삼성전자는 HBM에 더해 서버향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와 서버향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AI가 촉발한 고용량·고성능 반도체 판매를 확대하며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꾸려가겠다고도 했다. 김 부사장은 "3분기에도 우호적 업황 지속되고 전반적 시장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수익성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컨벤셔널(일반) D램의 경우 고용량·고성능 반도체 수요에 발맞춰 레거시 라인 전환 투자 속도를 올린다.

파운드리에선 3나노(nm·10억 분의 1m) 2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이 기존 계획대로 하반기에 양산된다. 2나노 GAA는 2025년 가장 먼저 양산한 다음, 추가 PPA(전력·성능·면적)를 개선한 2나노 공정은 2026년까지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IT(정보기술)제품용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주도권을 지켜내는 동시에 게이밍모니터 등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미래 먹거리도 착실히 준비하겠단 계획이다. 허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스마트폰과 관련해 저소비전력과 디자인,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OLED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하겠다"며 "QD-OLED에선 초고해상도 라인업을 강화해 기존 게이밍 시장뿐 아니라 B2B(기업간거래)영역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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