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모만 되면”…삼성카드, 신한카드 넘어설까
사업 확장 카드 마땅치 않아…‘모니모’ 사업에 사활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삼성카드가 카드업계 부동의 1위 신한카드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올 상반기 순익 격차를 더 좁혔다. 특유의 내실 경영과 건전성 관리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다만 신한카드를 넘기 위해선 '모니모'의 성공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165억원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3793억원의 순익을, 삼성카드는 362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순익 증가율은 삼성카드가 24.8%로 앞섰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의 순익은 19.7% 증가했다.
두 카드사의 순익 격차는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2020년 말 기준 2000억원 수준이던 격차는 이듬해 1200억원까지 좁혀졌다. 이후 2022년 191억원까지 좁힌 뒤 100억원대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2020년 말부터 3년 새 순익이 52% 가량 성장한 반면 신한카드는 2% 성장에 그쳤다. 장기간 업계 1위를 유지하던 신한카드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삼성카드는 고금리에 따른 업황 악화를 효율 중심 경영 기조로 대응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조달금리 상승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이 악화되자 타 카드사들은 비카드사업 등으로 수익을 다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자산을 효율화하고 신용판매 비중은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카드의 영업자산은 24조7693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5.3% 가량 줄었다. 이 중 카드 자산이 96.4% 가량을 차지한다. 할부금융과 리스 등 다른 먹거리 사업의 자산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를 보면 영업자산이 3조9388억원으로 0.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신한카드는 2020년부터 매년 영업자산을 10% 이상 확대하며 외형을 키워왔다. 지난해 업황 악화로 자산 성장이 제한됐던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 전략의 결이 다른 셈이다.
삼성카드가 자산 규모를 줄이는 데도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비용을 줄 덕이다. 상반기 삼성카드의 총 이자비용은 24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의 이자비용이 13.9% 증가한 신한카드와 차이가 크다. 판매관리비와 마케팅 비용 등도 절감됐다.
이런 경영 기조에 따라 자산 건전성도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삼성카드의 상반기 연체율은 1.08%를 기록했다. 1분기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9%에서 0.8%로 1%포인트 줄었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는 외형을 확장하기 위한 변화도 감지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카드가 점진적으로 외형 확대를 재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1분기까지 내실경영에 집중했다면 2분기부터는 자산수익성 회복과 리스크관리 개선이 됐다는 판단 아래 무이자할부 등에 대해 선별적 마케팅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역전 위한 한방 '모니모'…삼성카드 돌파구 될까
하지만 신용판매에 지나치게 쏠린 전략으론 신한카드와의 경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정 사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업계 판도를 뒤집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카드의 올 상반기 신용판매 이용금액은 72조73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 1분기에도 이용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바 있다.
전략 수정이 필요하지만 내실 경영 기조를 오랜 기간 유지한 탓에 사업 다변화가 쉽지 않다.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할부·리스 사업을 신한카드처럼 늘리기도 어렵다. 해외 법인과 점포도 전무하다.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4개국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모니모'를 돌파구로 삼은 모습이다. 모니모는 2022년 4월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가 출시한 금융 통합 앱이다. 삼성카드는 모니모의 운영을 맡고 있다. 출시 과정에서 모니모 앱을 구축하는 데도 삼성카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사들의 '슈퍼앱' 경쟁에 뛰어들고자 야심차게 탄생했지만 출시 2주년을 맞은 가시적인 성과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삼성카드도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KB국민은행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현재 모니모 회원 전용 입출금통장 출시를 준비 중이다. 향후에도 모니모 전용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국민은행과 상호 협력 모델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은행 없는 금융앱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니모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300만~400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타 금융사 앱과 격차가 크다. 주요 금융지주 앱은 물론 1000만 명 이상의 MAU로 시장을 점유하는 빅테크 플랫폼과 경쟁이 어렵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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