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보비대칭 완화를 통한 티메프 사태 해결
티메프(티몬·위메프)만이 아니다. 2021년 머지포인트, 2023년 라이브커머스 '보고'가 지급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면 배달 라이더도 플랫폼을 통해 정산받은 수수료의 출금이 막혀있다. 모두 시장 내 거래질서를 설계하고 유지해야 할 플랫폼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 일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던 플랫폼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디지털 경제판 '플랫폼 시장실패'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플랫폼이 재고부담 없이 판매대행만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플랫폼과 소비자 간 발생하는 거래는 신용카드사로부터 3~5일 내에 회수되지만, 플랫폼과 입점 판매자 간 거래는 정산이 50~60일 뒤에 이뤄진다. 판매를 통해 현금을 손에 쥐는 기간은 짧고, 상품을 납품한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기간은 길어 현금이 쌓이는 구조다.
매출 규모만 키우면 현금이 늘어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셈이다. 적자 여부의 고민은 저만치 미뤄둬도 된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출만 발생하면 현금이 쌓이니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한다.
종착역은 막대한 투자자금 수혈 혹은 상장을 통해 한 번에 안정적인 자본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 쿠팡 역시 같은 방식으로 비전펀드에서 3조원을 투자 받기 전까지 수천억원의 적자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나 상장이 늦어질수록 납품기업에 지급해야 할 정산규모가 판매를 통해 회수되는 현금으로 해결이 어려워진다.
문제의 외형은 정산구조에 있지만, 해결은 입점하는 유통기업과 플랫폼 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에서 찾아야 한다. 입점기업 입장에서 플랫폼의 활용은 필수다. 문제는 내일 당장 대금 지급이 막히는 상황이라 해도 물건을 납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상황을 알 수 없는 탓이다. 그저 화려한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단기매출 실적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짐작할 뿐이다.
양면시장의 특성상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물건을 납품하는 셀러들에 대한 플랫폼의 영향력은 강해지지만, 동시에 소비자 환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 다양할수록 쌓아둔 현금은 빠르게 소진되어 나간다. 미묘한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플랫폼의 정산구조 자체를 제도가 일일이 손댈 수는 없다. 시장에서 자본이 선택한 증식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나쁘다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핵심은 정보 비대칭 해소에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납품업자도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물건을 공급할 플랫폼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일 대금지급이 중단되는 플랫폼에 납품하고 싶은 셀러는 없다. 이를 위해서 현재의 순운전자본(Net Working Capital) 상황 혹은 위험도를 알 수 있는 정보공개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혹은 스스로 정보를 공개하는 플랫폼을 셀러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증 혹은 혜택을 주는 자율규제 형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경우 정보 공개만으로도 자정이 가능하다. 플랫폼 위험도에 따라 셀러들에게 요구하는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는는 경우도 기대할 수 있는 한 예다.
다행히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단기적인 피해는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부처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환불처리, 입점 소상공인 피해지원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만기연장 등 최대 56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금융지원과 세정지원을 추진하기도 했다. 동시에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반복되는 대금중지 사태를 '플랫폼 시장실패'로 규정하고, 정보비대칭성 완화를 통한 시장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플랫폼은 물리적 공간의 의미보다 하나의 시장거래 체계로 접근해야 한다. 시장은 언제나 개입보다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도록 유인할 때 균형회복이 빠르다. 시장 중심의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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