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넥슨 창립 30주년과 한국 게임사
우리나라 게임 업계 선두주자 넥슨은 1994년 설립돼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넥슨은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며 해외 시장 진출에도 성공적으로 발판을 마련해왔다. 넥슨의 창립 30주년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장 역사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 한국 게임 산업 발전 과정과 미래를 전망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넥슨은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교수의 제자인 고 김정주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넥슨은 초기부터 인터넷 기반 온라인 게임 시장에 주력하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1996년 출시한 '바람의 나라'는 국내 최초의 그래픽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부분 유료화, 확률형 아이템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모두 넥슨에 의해 만들어졌다.
넥슨은 최근 일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서브컬처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출시 이후 꾸준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또 해양 어드벤처 및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와 같이 기존 넥슨 게임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며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30년 전인 설립 초기부터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한국IBM의 하청을 받아 웹사이트 제작 용역을 수행했다. 웹사이트 제작으로 얻은 매출을 투자해 1996년 바람의 나라를 개발,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기존 일본 게임이 콘솔 위주였다면 바람의 나라는 인터넷 기반 월 정액 방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2011년에는 이 게임이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등재됐으며 지금도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넥슨은 2001년 온라인 퀴즈게임 '퀴즈퀴즈'에 전 세계 게임 최초로 부분유료화(Free to Play) 모델을 도입했다. 이후 넥슨은 2004년 출시된 '카트라이더'를 통해 부분유료화 모델을 더욱 발전시켰다. 부분 유료화 사업모델은 웹툰산업을 비롯한 여러 온라인 서비스 산업에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3년 출시된 게임 '메이플스토리'는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가챠폰'이라는 가상머신에서 아이템을 추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일본의 '가차' 문화를 게임에 접목한 것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대세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8년 넥슨은 중국으로 눈을 돌려 네오플로부터 인수한 PC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DNF)'를 텐센트와 함께 유통하기 시작했다. 텐센트 역시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게임 유통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넥슨은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제 1부 시장에 상장했다. 2020년에는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에 편입됐다. 게임이나 만화 같은 콘텐츠 부문에서 강국인 일본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경영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할 수 있겠다. 고 김정주 회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투자와 인수합병을 택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이나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인수하면서 성장했다. 여러 국내외 회사에게 투자를 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넥슨은 한국 게임 회사 중 해외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회사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며 국내 게임산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아울러 넥슨은 넥슨재단 설립,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운영, 장애인 고용, 지역 문화 축제 지원, 넥슨 컴퓨터 박물관 설립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하며 사회적 책임도 수행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한 세대가 지난 지금 한국 게임 산업은 아직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 게임 산업의 발전 방안을 깊이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넥슨의 30주년을 축하하며, 한국 게임 산업의 더욱 밝은 미래를 기원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사학회 편집위원장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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