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값 못 받는데 폭염 덮쳐 소 키우기 죽을 맛"…한우농가 울상

정종호 2024. 7.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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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도 못 받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치니 정말 소 키우기 죽을 맛입니다."

31일 오전 11시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한 한우 축사에서 만난 김영봉(61) 씨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전 9시께부터 소에게 사료 주는 작업을 한 김씨는 이미 바지춤까지 땀에 전 상태였다.

김씨는 30대인 아들 둘과 함께 마산합포구 진북면 전체 약 2천314㎡ 면적의 축사 5개 동에서 한우 270여마리를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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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선풍기 24시간 가동·하루 4시간씩 사료 공급…한우가격 하락에 '적자만 쌓여'
선풍기 아래에서 더위 식히는 소들 [촬영 정종호]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제값도 못 받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치니 정말 소 키우기 죽을 맛입니다."

31일 오전 11시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한 한우 축사에서 만난 김영봉(61) 씨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마산합포구 진북면 일대 수은주는 30도 넘게 치솟아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오전 9시께부터 소에게 사료 주는 작업을 한 김씨는 이미 바지춤까지 땀에 전 상태였다.

축산업 경력만 30여년인 그는 "요즘처럼 힘든 시기는 처음" 이라며 "최근 사룟값이 크게 올라 한우 생산비용은 늘어만 가는데 무더위까지 겹쳐 소도, 사람도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30대인 아들 둘과 함께 마산합포구 진북면 전체 약 2천314㎡ 면적의 축사 5개 동에서 한우 270여마리를 기른다.

송아지를 낳아 살을 찌우고 도축될 때까지 기르는 '일괄 사육' 농가다.

그는 평소 하루 2번 정도 축사에 들리지만, 요즘은 하루 5번 축사에 와서 소 상태를 살핀다.

소가 더위에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달 태어난 송아지 두 마리도 더위를 먹은 탓인지 기력을 잃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축사에서 소 상태를 살피는 김영봉 씨 [촬영 정종호]

그는 축사 천장에 설치된 선풍기를 24시간 틀어 놓고, 축사 공기를 순환시키는 환기용 팬까지 주기적으로 가동할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또 오전마다 사료를 울타리 바깥에 놓아두면서 소들이 영양분을 채울 수 있도록 해놓는다.

축사 내 270여 마리 소에게 먹이를 먹이려면 적어도 4시간은 꼬박 걸린다.

김씨는 "우리 농가는 하루에 한 번 오전에 사료를 주는데 여름에 이 작업이 다 끝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돼버린다"고 말했다.

이런 주인 정성에도 소들은 무더위 탓인지 사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김씨 속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그는 "여름은 전기요금도 평소 3배 이상 들어가는데 소들이 살이 찌지 않아 걱정이 크다"며 "요즘 등급별로 소 1마리당 가격이 200만원 정도 하락해 한 달에 800만∼1천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한우(지육) 1㎏당 가격은 1만7천240원이었다.

평년 기준 2만458원에서 약 15.7% 하락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평상시 도축되는 소는 76만마리인데 최근 90만마리 이상 도축돼 시장에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한우 가격이 하락했다"며 "축산농가 부담을 덜기 위해 한우 소비 촉진과 함께 사료 구입 융자 지원 등을 확대하고, 차광막·선풍기 설치 등 폭염 대응에 힘쓸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우 사료 공급 [촬영 정종호]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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