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다단계식 확장 모델의 몰락 [유레카]

이재성 기자 2024. 7. 3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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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의 첫 직장은 미국계 석유개발회사 슐룸베르제(슐룸베르거)였다.

전공(서울대 자원공학과)을 살려 인도와 오만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석유를 탐사하고 유전을 개발했다.

이기형 회장은 33살에 인터파크 대표가 됐다.

구 대표가 연봉을 3분의 1로 깎아가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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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의 첫 직장은 미국계 석유개발회사 슐룸베르제(슐룸베르거)였다. 전공(서울대 자원공학과)을 살려 인도와 오만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석유를 탐사하고 유전을 개발했다. 인도 귀족 출신 아내를 만난 것도 이때였다. 결혼 지참금으로 곰 한마리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인생이 바뀐 건 1998년 대학 선배 소개로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을 만나면서였다. 인터파크는 피시(PC)통신 천리안으로 유명했던 데이콤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이다. 이기형 회장은 33살에 인터파크 대표가 됐다. 구 대표가 연봉을 3분의 1로 깎아가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구 대표의 지(G)마켓도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였다. 경매 사이트로 인기를 얻었던 ‘옥션’을 따라 ‘구스닥’을 만들었는데, 이름이 표방하는 나스닥 상장에 실패했다. 2003년 경매 방식을 포기하고 누구나 자기 물건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개념을 도입해 지마켓을 출범시켰고, 얼마 안 가 모회사 인터파크는 물론 경쟁사인 옥션을 따돌리며 전자상거래 국내 1위 업체로 등극했다. 200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06년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2009년에는 미국 이베이에 지마켓을 매각하며 이른바 ‘엑시트’에도 성공했다.

그의 자산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소문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매각 당시 지마켓 대주주는 인터파크였고, 인터파크의 지분 매각 대금이 4688억원이었다. 구 대표는 지분 매각으로 약 600억원을 챙겼다고 알려졌다.

구 대표의 몰락은 ‘성공의 역설’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성공 원인이 오늘의 실패 원인이 된 것이다. 지마켓 역시 재무구조가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나스닥 상장과 매각에 성공했던 경험이 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가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시장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큐텐의 사업 확장 모델은 일종의 다단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번 돈을 저기에 메우는 식으로 돌려막았다. 다단계 사업의 지속가능 여부는 확장성에 달려 있다. 하부 회원 증가세가 멈추는 순간 모델이 깨진다. 티몬과 위메프는 수년째 매출이 줄고 있었다. 다단계 모델이 깨진 것이다. 수백만의 고객과 판매자가 자신도 모르게 다단계 영업의 일원으로 동원됐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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