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딸 주애, '후계자 수업' 받는다는데…4대 세습 현실화될까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인 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후계자 구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개월 넘게 북한 매체들로부터 김주애의 공개 활동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앞서 지난 1월에도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라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후계자설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북한 매체들이 김주애에게 '향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3월 16일 자 보도에서 김주애가 항공육전병 훈련 현장과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동행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라는 문장을 사용했다. '앞길을 밝혀주고 이끌어나간다'는 뜻의 향도는 북한에서 수령이나 후계자에게만 사용돼온 표현이다.
향도 표현 외에도 김주애의 후계자설이 불거진 건 그동안 그의 공개 행보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자녀 중 유일하게 공개 활동이 알려진 데다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현장 등 같은 굵직한 자리에 김정은과 동행해왔다.
김주애의 첫 등장은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 현장이었다. 당시 불과 9세였던 어린 딸을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공개했다는 점에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후 열흘 뒤인 화성-17 발사 성공 기념촬영식에 또 등장했고, 북한 매체들은 주애를 '존귀하신 자제분'이라 높여 불렀다.
지난해에도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해 김정은과 나란히 걷는 모습이 보도됐고, 행사 때마다 김주애가 상석에 앉거나 당 간부들이 굽신거리는 모습들이 포착되면서 '김주애 후계자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심지어 김주애와 동명이인인 주민들에게 개명을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김주애의 후계자설에 의문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선 보수적인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사실 김정은에게는 숨겨진 아들이 있고, 김주애는 추후 등장할 아들을 위한 일종의 '연막'이라는 분석이다.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0일 라디오에 나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국가가 딸, 즉 여성을 지도자로 내세운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위에 아들이 있는데, 외국에서 유학하고 있기 때문에 감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김주애의 등장 이후 '여성 리더십'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기조를 잇달아 드러내는 중이다. 올 상반기 전원회의에서 핵심 보직에 여성 간부를 임명하는가 하면, 이달엔 대외 매체에 여성 대의원들의 업무 성과를 설명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김정은에 맏아들이 있다는 주장에도 재반박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연구센터장은 "김정은이 최측근들과 만나면서 딸 얘기만 했을 뿐 아들 언급은 하지 않았고, 부인 리설주가 김주애를 출산하기 전 활동 중단 기간 없이 계속해서 대외 행보를 보여온 것을 보면 김주애를 첫째 딸로 보는 게 맞는다"며 "김정은에게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면 딸 중에서 후계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김주애가 우선 '신비감'이 떨어질 정도로 너무 이른 타이밍에 자주 등장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주애가 실제로 후계자라면 너무 일찍 정체가 공개돼 자주 활동하는 점 등이 현재 살아있는 김정은의 위상이 자칫 떨어뜨릴 수 있는데 굳이 김정은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란 설명이다. 그동안 북한 정권의 세습 행태를 보면 장기간 후계자 수업을 비밀리에 받은 뒤 후계자가 대외 행보를 보였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최근 김주애의 공개 활동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 김주애가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지난 5월 15일 준위거리 준공식 현지지도 현장에서다. 물론 지난해 3개월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올해 공개 활동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5월에도 두 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국정원은 김주애의 활동과 관련해 "어린 김주애에 대한 반응을 의식해 선전 추이 및 대외 노출 빈도를 조정하면서 비공개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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