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땅’ 돈 받고 피서지 임대…‘열 받는’ 해수욕장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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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최남단 '상주 은모래비치'.
한 해 평균 1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경남 남해군의 유명 관광지입니다.
확인 결과 경남 남해군이 주인인 이 땅, 평소에는 야영이나 취사가 금지된 곳입니다.
번영회는 남해군 상주면 주민들이 만든 단체로, 지난해부터 5년 동안 남해군에서 해수욕장 운영과 관리를 위탁받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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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하려고 간 곳에서 눈살 찌푸릴 일 없이 마냥 즐거울까요?
모든 피서객이 이용해야 할 해수욕장 주변 '나라 땅'을, 돈을 받고 특정 기업에만 빌려줘 물의를 빚고 있는 한 해수욕장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해수욕장 바로 옆 소나무 숲 '수상한 휴양소'
경남 남해군 최남단 '상주 은모래비치'.
자연유산인 '명승'으로 지정된 남해 금산을 병풍 삼아 2km에 달하는 반달 모양 백사장을 자랑합니다. 모래가 고와 은빛 모래를 뜻하는 '은모래'라는 이름까지 붙었습니다. 한 해 평균 1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경남 남해군의 유명 관광지입니다.
고운 백사장 바로 뒤,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옵니다. 시원한 그늘과 바람은 더위를 식히기 안성맞춤인데요.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29일 낮, 소나무 숲에는 텐트 10여 채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숲 속에선 의자와 테이블, 취사도구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구역에는 특정 기업의 '하계 휴양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캠핑을 즐기는 기업 직원들을 위한 안내방송도 쉴 새 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일반 피서객들의 이용을 사실상 막고 있었습니다.
확인 결과 경남 남해군이 주인인 이 땅, 평소에는 야영이나 취사가 금지된 곳입니다.
모두를 위한 '공원 구역'이 어떻게 특정 기업을 위한 '휴양소'로 이용되고 있었을까요?
■ 해수욕장 관리·운영 위탁받은 '번영회'…수천만 원 받고 임대 계약
확인 결과, 특정 기업에 소나무 숲을 휴양소로 제공한 건 상주 은모래비치 관리와 운영을 맡은 '상주 번영회'였습니다.
번영회는 남해군 상주면 주민들이 만든 단체로, 지난해부터 5년 동안 남해군에서 해수욕장 운영과 관리를 위탁받았는데요.
이 번영회가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고 지난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엿새 동안 숲을 '기업 휴양소'로 쓰게 한 겁니다.
엿새 동안 임대 금액은 2,700만 원.
번영회 측은 지난해에도 이 기업 직원들이 소나무 숲을 휴양소로 쓰는 대가로 2,2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땅 주인인 남해군은 소나무 숲을 휴양소로 쓸 수 없다고 번영회에 알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번영회 측은 2년 연속 특정 기업과 무단으로 소나무 숲 임대 계약을 맺었습니다.
번영회 측은 "갈수록 방문객이 줄어 지역을 살리기 위해 기업 휴양소를 유치했다"며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번영회장이 역할을 하기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한꺼번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면 주변 숙박업소 예약이 어려워 숲을 휴양소로 쓰게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불법이지만 해당 휴양소는 예정된 기간까지 유지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 정작 "땅 주인 몰랐어요"…손 놓은 '관리·감독'
올해까지 2년에 걸쳐 운영된 '하계 휴양소'. 땅 주인인 남해군은 왜 불법 행위를 막지 못했을까요. 돌아온 답은 '몰랐다'였습니다.
남해군은 지난 5월에도 야영장으로 쓸 수 없다고 알렸기 때문에 번영회가 야영장을 만들 줄 몰랐다는 해명입니다.
'휴양소' 관련 사업은 번영회가 자체 사업으로 판단해 회계 보고에도 올리지 않으면서 묻혀버렸습니다.
소음과 연기로 피해를 본 주민, 왜 특정인들만 해수욕장 바로 옆 소나무 숲을 쓰냐는 피서객들의 항의가 있고 나서야 문제를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 '취재가 시작되자'…행정처분 검토·기업 휴양소 철거
취재가 시작되자 남해군은 '중대한 사안'이라며 번영회 측에 대한 행정 처분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사가 안되는 곳에서 야영장을 하도록 한데에는 '관광진흥법'을, 남해군 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한 데에는 '위수탁 계약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또,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 이뤄진 불법 휴양소 운영에 대해서도 처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정인을 위한 치외법권 지역'으로 남았던 유명 해수욕장 바로 옆 소나무 숲, 모든 피서객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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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 기자 (tell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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