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균까지 몽땅 다 죽였다"…값싼 멸균 수입우유의 반전
"요즘 국산 우유 비싼데, 수입 멸균우유는 싸다고하더라고요."
최근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에서도 쉽사리 수입 멸균우유를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농업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3만7361톤(t)으로 2022년보다 18.9% 늘었다. 수입 멸균유의 88.8%가 폴란드산이고, 호주(4.1%), 독일(3.9%), 프랑스(2.2%) 순으로 많았다. 소비자들이 수입 멸균우유를 선택한 이유로는 '보관이 쉽다는 점',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국내 낙농가에게선 '수입 멸균우유가 저렴하고, 국산 살균우유는 비싸다'는 식의 단순 비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멸균우유와 살균우유의 품질 자체가 달라서다. 과연 이 두 종류의 우유는 뭐가 다를까.
'살균우유'는 유해균을 죽인 우유다. 이를 위해 살균·균질화 처리만 거친다. 반면 '멸균우유'는 뜨거운 온도에서 센 압력을 가해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균(미생물)을 모조리 제거한다. 우유 속 단백질·칼슘 등 주요 영양소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유해균뿐 아니라 유익균(유산균)까지도 몽땅 죽인다는 게 단점이다. 우유의 유익균은 살균우유엔 들어있지만, 멸균우유엔 없다.
그렇다면 수입 멸균우유가 국산 우유(살균·멸균)보다 싸다는 게 사실일까.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5~12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우유(104종) 소비자가격을 조사했더니 국산 살균우유 1ℓ 제품은 2740~3690원, 수입 멸균우유 제품은 1900~5900원으로 천차만별이었다. 수입 멸균우유라고 해서 '모든' 제품이 국산 살균우유보다 저렴한 건 아니었다.
또 국산 멸균우유의 1ℓ당 평균 가격도 2100원대(온라인 판매가 기준)로, 수입 멸균우유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이승호 위원장은 "우유를 선택할 때 단순히 가격만 볼 게 아니라 '품질'도 따져봐야 한다"며 "국내 원유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준으로 관리된다"고 자부했다.
우리나라에선 우유 품질을 젖소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체세포 수'와 착유 환경의 청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세균 수'로 결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국산 우유의 가장 높은 품질 등급은 '1A'다. 원유 1㎖당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 세균 수 3만 개 미만이면 1A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낙농 선진국인 덴마크 수준이다. 낙농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1㎖당 체세포 수 40만 개 이하, 세균 수 10만 개 이하)과 네덜란드(1㎖당 체세포 수 40만 개 이하, 세균 수 10만 개 이하)보다는 엄격하다.
그런데도 국산 우유의 1A 등급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3년 원유 검사' 결과, 지난해 집유한 원유의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은 69.13%로 전년 대비 4.25%p 증가했다. 세균 수 1등급 비율도 99.59%로 전년 대비 0.05%p 증가했다. 이는 목장 원유의 질이 매년 좋아졌다는 의미다.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대부분 살균 처리 방법만 표기할 뿐 원유 등급 등 품질 기준이 표기된 제품은 드물다.
우리 국민의 '우유 소비량'은 2001년 1인당 63.9t에서 지난해 83.9t으로 31.3% 늘었지만 '우유 자급률'은 77.3%에서 45.8%로 오히려 줄었다. 자급률이란,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 비중을 뜻한다. 국내 우유 생산량은 2001년 233만8875t에서 지난해 192만9913t으로 약 40만t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멸균우유 수입량은 65만2584t에서 248만612t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위원장은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은 UN식량농업기구의 5대 관리 품목에 포함될 만큼 우리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식품"이라며 "제품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식량 안보 차원에서 우유 자급률을 높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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