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최남진 '초이랩' 스튜디오 음향감독

조성진 기자 2024. 7. 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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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트로트 전문 음향엔지니어
소니뮤직코리아, 한국음반, 예음스튜디오 거쳐
현 ‘초이사운드랩’ 스튜디오 대표
나훈아, 남진, 주현미, 장윤정 등 5000곡 넘게 작업
‘올드보이’ 등 여러 영화‧드라마 OST까지
메인 믹싱엔지니어로 첫 작품은 ‘파리의 연인’
음향엔지니어는 센스와 경험 가장 중요
트로트 녹음 땐 가사 의미 살리는 쪽에 비중
“나훈아‧남진, 넘보기 힘든 내공의 레전드”
“조영남‧최백호, 마이크 잘 받는 톤”
신승태‧강문경‧홍지윤‧서지오‧문초희도 주목
정도원은 음향과 인생 멘토
성실‧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파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나훈아, 남진, 주현미, 장윤정, 김용임, 진성, 박상철, 임영웅, 장민호, 이찬원, 박서진, 김소연 등 레전드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트로트 가수를 작업했다. 또한 윤도현, 김동률, 넬, 부활, 강허달림, 웅산 등은 물론 '올드보이', '메밀꽃 필 무렵', '봄봄', '운수 좋은 날', '무녀도' 등 영화‧드라마 OST에서 부활, 김창완 등 다수 공연 음향감독까지 무한촉수를 자랑한다.

23년 경력의 최남진(48)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트로트 전문 음향감독이다. 지금까지 5000곡 이상 작업했다.

고교 시절 건스앤로지스(GNR), 스키드로 등을 카피하던 스쿨밴드 리드기타리스트였고 지금도 열혈 핑크 플로이드 매니아기도 하다. 록, 특히 밴드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음향을 대하는 애티튜드도 남다르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선 오목교역 부근의 '초이랩' 스튜디오를 찾아 최남진 음향감독을 만났다.

'초이랩' 스튜디오는 김연자, 에이핑크, 홍지윤, 김소연 등등 여러 가수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초이크리에이티브랩' 자매사로, 완구기업 '손오공'의 신화를 이룬 최신규 회장이 설립했다.

최신규 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면서 "쾌적하고 접근성 좋은 스튜디오에서 가수들이 편하게 와서 작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게 '초이사운드랩' 스튜디오다. 오목교역에서 불과 몇분 거리에 있는 대로변에 건물 하나를 세우고 여기에 연예기획사와 스튜디오를 통합시켰다. 입지가 워낙 좋아 이 건물엔 은행과 증권사까지 들어서 있다.

2023년 나훈아는 물론 김연자 데뷔 50주년 앨범, 이외에 박상철, 박서진, 박구윤 등등 많은 가수들의 곡을 이곳에서 작업했다. 2021년에 오픈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트로트 작업을 상징하는 녹음 스튜디오의 메카로 부상한 것이다. 작업이 몰릴 때면 눈또 뜰 새 없지만 비교적 한가하더라도 하루 평균 2~3프로 이상은 작업할 만큼 스튜디오가 쉴 날이 없다.

a,b,c 3개의 부쓰가 있으며 스튜디오에 비치된 장비도 돋보인다. SSL4000 등은 국내 녹음실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SSL 9000K는 국내에 한 대 밖에 없다고 했다. 초이사운드랩 내부의 모든 시설 장비 및 설계는 최남진 감독이 진행했다.

"SSL 9000K는 태진미디어에서 갖고 온 것으로 15~20년 전 이 콘솔 가격은 9억이 넘었습니다."

이외에 6~7000만원 대의 하이엔드 스피커, 시가 3~4000만원 대의 구하기 힘든 빈티지 노이만u47 마이크도 눈에 띄었다.

"고가의 하이엔드 스피커는 왜곡되지 않는다는 게 장점입니다. 무엇보다도 모니터 스피커는 정확해야 하는 데, 저런 하이엔드 스피커는 그만큼 원음에 충실하다는 것이 장점이죠."

최남진 감독이 국내에 단 한 대 밖에 없는 SSL 9000K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남진 감독은 2020년 이건우 작곡가 소개로 최신규 대표와 처음 만났다.

"최신규 회장님은 저도 미처 생각지 못한 신박한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계신 분입니다. 통기타 가수 활동 및 애니메이션 음악도 많이 썼고 음악감독 활동도 한 아티스트 경영인입니다."

최신규 대표는 다른 녹음실도 몇 군데 가봤는데, 최남진 감독이 일을 제일 빨리 해주어 인상에 남았다. 다른 녹음실에선 "놓고 가시면 몇일 안에 해드릴게요"라는 식이었지만 최남진 감독은 작업 의뢰 당일 모두 끝냈던 것. 주변에서도 최 감독은 작업을 빠르게 하는 걸로 정평 높다. 이때부터 최신규 회장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이미 그를 점찍어 놓았던 것.

얼마 후 최 감독은 최 회장과 미팅을 가졌고 최신규 대표가 증축 중인 오목교 부근의 새 건물에도 가봤다.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초이사운드랩' 스튜디오를 맡아서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는 2021년 8월부터 초이랩 스튜디오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갈수록 녹음실이 없어지는 추세에서 그나마 트로트 작업을 많이 하는 게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초이사운드랩' 스튜디오 작업 중 트로트 비중이 70%나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나머지는 OST와 국악 등이다.

초이랩 스튜디오 대표는 최남진 감독이며 이외에 이경호 믹싱 엔지니어, 그리고 두명의 어시스트가 상시 근무한다. 이경호 믹싱엔지니어는 OST를 비롯한 많은 음악을 작업한 이 분야 베테랑이다.

최남진 음향감독은 1976년 서울에서 2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음악애호가인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했고 중3때부턴 록에 심취했다. 고등학교(숭실고)에 들어가며 기타를 배웠고 GNR, 스키드로 등을 카피하던 스쿨밴드 리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고3때 선배를 따라 갈현동의 한 녹음실에 갔는데, 스튜디오 관련 일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체계적으로 음향 관련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국내엔 음향전공학과가 있는 대학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입대해 산업체에서 복무했다. 전역 후 'MBC아카데미'에서 음향엔지니어 분야를 배웠는데, 당시 지도 교수가 저 유명한 음향엔지니어 정도원이었다.

최남진은 MBC아카데미를 마친 후 2001년 소니뮤직 음향 어시스턴트로 입사했다. 첫 직장부터 글로벌 음반제작사 입사라는 남다른 출발이다. 소니뮤직에서 이덕진 등 몇몇 가수를 작업하고 2002년 '한국음반'으로 옮겨 약 6개월 근무했다. 이어 2002년 '예음스튜디오'에 입사해 무려 20년 이상 재직하며 국내의 많은 스타 가수를 작업했다. 음향엔지니어로서의 거의 모든 노하우도 이곳에서 쌓은 셈이다.

메인 믹싱엔지니어로서 최남진의 첫 작품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 OST였다. 첫 트로트 작업은 2006년 장윤정 '리메이크 2.5'다.

최남진 감독에겐 장윤정 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음향엔지니어들은 1절과 2절 가사가 똑같은 경우가 많아 1절만 잘 부르면 1절을 카피해 2절로 옮겨 사용할 때도 있다. 장윤정의 곡도 이런 방식으로 마무리를 했던 것. 그런데 알고보니 2절에서 가사 한 글자가 틀린 게 있었다. 최감독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어떤 곡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바쁜 와중에도 장윤정 님은 스튜디오로 와서 재녹음을 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예음스튜디오' 재직 시절 신훈철 대표도 처음 만났다. 예음스튜디오 대표였던 당시 신훈철 대표는 현 장민호 소속사 '호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런 인연으로 신 대표와 최 감독의 친분도 두텁다.

많은 트로트 가수와 작업했는데, 그중에서도 남다른 인상을 받은 가수를 꼽는다면

"(고민을 많이 하더니) 남자 가수는 나훈아, 남진, 조영남. 여자 가수는 김연자, 김용임, 주현미 등입니다. 나훈아, 남진 님은 대단한 내공의 레전드입니다. 높은 연륜에서 나오는 무게감, 표현, 해석력은 감히 넘보기 힘든 것이었어요. 조영남 님은 자유분망하게 노래하지만 톤이 남다릅니다. 전형적으로 마이크를 잘 받는 톤, 다시 말해 우리 같은 음향엔지니어들이 선호하는 톤의 소유자죠. 마이크에 잘 흡수되는 톤이 있는데 최백호 선생님도 그중 하나입니다."

"젊은 세대 중에선 신승태가 인상에 남습니다. 신승태는 보이스톤과 표현력이 남달랐기 때문이죠. 강문경 가창력도 기억에 남고 양지원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여자는 홍지윤, 서지오, 신인 중에선 문초희가 기억에 남습니다."

"박서진과도 초이사운드랩 스튜디오에서 작업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보던 거와는 달리 무척 얌전해서 의외였어요. 수즙음 많이 타는 스타일이랄까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스타일 같은. 이러한 수줍어하고 내성적인 기질을 꾹꾹 눌러담았다가 무대에서 한방에 토해내는 스타일 같았습니다."

장르 특성상 음향을 잡는 방식도 다를 뿐 아니라 음향 엔지니어마다 비중을 두는 부분도 각양각색이다.

"저는 트로트 작업할 땐 곡이 지닌 가사의 의미를 잘 살리는 쪽에 비중을 두려고 합니다. 따라서 다른 파트(악기)와 대비해 목소리(가수) 비율을 크게 하고 있어요. 목소리와 반주(음악) 비율을 6:4, 7:3까지 비중을 둘만큼. 반면 일반 가요를 할 땐 5.5:4.5 비율로 음향을 맞추려고 해요."

자신만의 차별화된 음향 작업 방식

"목소리 톤 표현을 좀 더 잘하려고 합니다. 음향 분야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선,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가수들도 그가 손대면 좋게 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신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작품 몇 개만 꼽는다면

"먼저 서엘(서동우)이 생각납니다. 예음스튜디오 입사할 때 인연을 맺은 이래 현재까지 서엘과는 의형제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발라드, 미디엄 템포, 댄스 등 다양하게 작업했는데 그만큼 그를 알아가는 시간도 깊어질 수 있었죠. 제 개인적인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그리고 강허달림도 꼽고 싶어요. 곡도 좋았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론 내추럴 스타일의 음향을 좋아하는데 이런 저만의 색채를 잘 반영한 작품이 나온 것 같아 강허달림 앨범도 기억에 남습니다."

음향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소양, 덕목

"음향엔지니어는 기술적으로만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음악적 센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선 편식하지 말고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하죠. 음악과 함께 살며 호흡해야 할 만큼. 녹음 믹싱 작업때도 해당 음악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사운드도 더 잘 나올 수 있는 겁니다. 믹싱도 많이 해봐야 하고, 경험이 제일 중요합니다."

"평소 다른 음악은 거의 듣지 못해요. 일단 집에 가면 피곤해서 바로 누어버립니다. 차에서도 듣지 않아요. 노래방 가는 것도 싫어할 뿐 아니라 시끄러운 장소에 가는 것 자체를 싫어합니다."

2009년 예음스튜디오 시절. [사진제공=최남진]

"포플레이(Fourplay), 토토(Toto)를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가장 이상적인 사운드(음향/레코딩)로 꼽고 싶어요."

"국내 음향관계자들은 마무리할 때 레벨 위주로 작업하는 경향이 많죠. 너무 꽉꽉 채우는 방식이랄까요. 그러다보니 이로 인해 (음원)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죠. 밸런스를 잃는 경우도 있고. 외국에 믹싱 마스터링을 맡기면 레벨, 댐핑이 더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편안하게 오래 들을 수 있는 사운드가 되는 것 같아요. 국내 음향 분야도 이러한 점에 신경을 쓰면 좋겠습니다."

최남진 감독은 음향스튜디오계의 거장 브루스 스웨디언(Bruce Swedien)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운드를 내추럴하게 잘 뽑아낸다는 브루스 스웨디언을 특히 좋아한다고.

"그러나 제 음향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분은 정도원 님입이다. 제 인생의 멘토죠. 그리고 노양수 님으로부터 밸런스, 콘솔 다루는 테크닉 등을, 고현정 님에겐 엔지니어의 자세에 대해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고현전 님은 일만 하고 주변을 돌보지 않은 것에 대해 반성하며 '너는 그러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어요."

"주말, 공휴일 개념 없이 일만 하며 산지가 20년 넘었습니다. 캡슐 같은 데로 들어가서 하루만이라도 종일 잠만 자고 싶을 때가 있어요. 수십 년 일만 하며 살아 취미생활을 해본 적도 없죠."

고교 밴드 활동하던 시절.

최남진 감독은 고교 3학년 때 아내를 처음 만나 오랜 연애 끝에 2006년 결혼했다. 슬하에 고3 딸이 있다.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애가 어릴 때 목욕 한번 시켜준 적이 없을 정도로 아빠로선 빵점입니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는 딸은 가끔 최남진 감독에게 "아빠는 왜 트로트만 하는 가야"라고 말할 때도 있다고.

"사실 어떻게 하다보니 트로트를 많이 작업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하길 원합니다. 초이스튜디오랩이 이러한 곳의 중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영화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다.

건물이 눈에 띄어 찍어봤다. 

올해 남은 바람

"그동안 너무 바삐 살다보니 나를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론 나만의 시간,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물론 그와 함께 가족과의 시간도 좀 더 가져보고 싶어요."

"저는 사람들과 호흡을 잘 맞추려 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저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결코 실력이 대단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서만큼은 매우 성실하게 열심히 해왔던 것 같아요. 향후에도 이처럼 성실하게 일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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