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같은 작가’ 부산, ‘스타 큐레이터’ 광주…개막 앞둔 각 지역 비엔날레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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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열리는 현대 미술 전시인 '비엔날레'가 하반기 국내 여러 지역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작품 거래를 목적으로 여러 갤러리가 부스를 차리는 아트페어와 달리 비엔날레는 전시 감독이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선별한다.
9월 27일 개막하는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는 '시청각'을 비롯한 대안 공간들을 10여년간 운영해 온 독립 기획자 현시원이 전시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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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열리는 현대 미술 전시인 ‘비엔날레’가 하반기 국내 여러 지역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작품 거래를 목적으로 여러 갤러리가 부스를 차리는 아트페어와 달리 비엔날레는 전시 감독이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선별한다. 작품을 주어진 공간에 어떻게 배치하는지, 즉 ‘큐레이션’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다. 국내외 큐레이터들이 선보이는 각 비엔날레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봤다.
‘해적 같은 작가’ 모았다, 부산비엔날레
16일 개막하는 2024 부산비엔날레 ‘어둠에서 보기’는 뉴질랜드와 벨기에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두 큐레이터 베라 메이, 필립 피로트가 감독을 맡았다. 두 감독은 미국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1961~2020)가 쓴 책 ‘해적 계몽주의’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책은 18세기 유럽 계몽주의가 평화와 민주주의를 만들어냈다는 통념과 달리 해적 사회에서 그런 실천이 먼저 이뤄졌음을 밝혀 주목받았다.
두 감독은 해적 공동체가 태풍과 같은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선원이 그때마다 리더가 되었다는 유연성에 주목했다. 그 결과 참여 작가 중에는 통도사성보박물관장을 역임했고 ‘한국의 불화’ 40권을 집대성한 송천 스님,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인도와 파키스탄 등을 다니며 현지에서 구한 소재로 작업하는 이두원, 가정주부로 살다 40세에 미술가가 된 윤석남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미술가가 되는 정해진 과정을 따른 게 아니라 ‘해적처럼’ 작가가 된 이들이다.
박수지 협력 큐레이터는 “참여 작가 명단을 보고 일부러 유명 작가는 제외한 것이냐는 반응도 있었다”며 “작품으로 자기 만의 해방공간을 구축하는 작가를 일일이 발굴해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스타 큐레이터’ 등판한 광주비엔날레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비평서 ‘관계의 미학’으로 유명한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가 감독을 맡았다. 관객이 불을 쬘 수 있는 난로, 앉을 수 있는 의자부터 각자의 집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작품 등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으로 구성한 1999년 전시 ‘Traffic’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부리오는 ‘판소리’를 주제로 했지만, 그 내용은 한국의 전통극인 판소리보다 ‘판’(공간)과 소리라는 단어의 의미에 더 집중했다. 언론 간담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부리오는 그간 미술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았던 감각인 ‘소리’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할 예정이다. 거대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소리를 테마로 어떻게 채울지, 또 광주와 한국의 지역성과 어떤 연관을 맺을지가 미술계의 관심사다.
대안공간 운영 기획자의 조각비엔날레
9월 27일 개막하는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는 ‘시청각’을 비롯한 대안 공간들을 10여년간 운영해 온 독립 기획자 현시원이 전시 감독을 맡았다. ‘시청각’은 한옥을 개조한 공간으로 2013~2019년 운영되다 용산으로 이전했으며, 동시대 젊은 작가들이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여왔다. 조각 중심으로 진행됐던 지역 비엔날레가 서울 대안 공간의 문법과 어떻게 어우러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현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수직으로 서 있는 조각을 수평으로 눕혀서 보고 싶다”고 은유적으로 전시 주제를 밝혔다. 중요한 장소에 기념비처럼 홀로 서 있는 예술 작품이 아니라, 주변 지역과 공생하고 어우러지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 이에 따라 창원의 역사나 산업사에 관한 연구를 토대로 한 김익현의 신작, 김정숙의 작품 등을 선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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