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바라보는 비트코인은 금일까 원유일까?[엠블록레터]
비트코인 컨퍼런스 2024에서 트럼프의 발언의 핵심은 비트코인의 전략적 국가 비축입니다. 그는 현재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정부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고 보유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청중에게도 비트코인을 팔지 말고 보유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적 비축물은 바로 원유입니다. 미국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전략비축유라는 명칭으로 대량의 원유를 자국 내에 저장해두고 있습니다. 전략비축유는 지난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마련됐으며 원유 공급이 중단돼도 40여일을 이상없이 버틸 수 있는 양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략비축유의 보관 현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준비자산은 각국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에 대응하거나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비축하는 대외 자산을 말합니다. 이 중 미국은 달러가 전세계 거래 통화이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일부 무역에 필요한 유로, 엔화, 파운드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와 함께 전세계 통화 체계의 양강을 형성하는 금,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등으로 구성됩니다. 미국의 준비자산 현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혀 다른 두가지 종류의 자산을 트럼프는 왜 묶어서 비트코인에 적용하고 있는 걸까요? 이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보유할 명분이 마땅치 않아서입니다. 미국의 준비자산은 국제 무역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변동환율제에 대응하는 자산으로 구성되는 것이 명분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며 자산 편입에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단계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따라서 준비자산 대신 전략적 비축물로 비트코인을 간주하는 것이 대중들에게는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디지털 통화는 최근 미국의 금융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일부 거론되면서 미국 주도의 전세계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러시아나 중국이 비트코인으로 국제 무역을 결제한다면 여기에 대응해야 하지 않느냐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죠.
하지만 전략적 비축자산과 준비자산은 담당 부처부터가 다릅니다. 전략적 비축자산은 에너지부가 담당하며 준비자산은 연방준비제도가 담당합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발언이 실제로 이행되려 해도 관련 법안을 따로 입법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위 발언은 우선 트럼프의 공화당이 바이든, 그리고 해리스의 민주당보다 가상자산 업계에 우호적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립서비스로 보는 것이 현재는 가장 타당할 것입니다. 비트코인 투자도 그만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겠죠. 비트코인은 지난 29일 7만달러를 찍은 뒤 6만6천달러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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