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역사 속으로....日엔저 시대 끝낸 배경은
슈퍼엔저 현실은..."슬프다"
【도쿄=김경민 특파원】 7월 31일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리고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결정은 12년간 일본 경제정책의 기조였던 '아베노믹스'의 종언이라는 평가다. 대규모 돈 풀기 정책으로 거시 지표를 챙겼던 아베노믹스와 엔저의 시대를 뒤로 하고, 다시 엔고로 노를 저어 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 경제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베노믹스는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경제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대규모 경제 정책이다. 이 정책은 △대규모 금융완화 △적극적인 재정 정책 △구조 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로 구성됐다. 주요 목표는 통화 공급을 늘리고, 엔화의 가치를 낮춰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첫번째 화살인 대규모 금융완화는 엔저(엔화 약세)를 현실화했다. 2012년말 1달러당 약 80엔이었던 엔화 가치는 올해 7월 초순 2배인 161엔까지 떨어졌다.
엔저는 일본의 수출 기업과 경상수지에 큰 혜택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등에 업고 일본산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2023사업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약 47조883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약 222조7680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주식시장도 훈풍이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7월 11일 사상 최고인 4만2224에 거래를 마감했다.
'값싼 일본'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물밀듯이 들어왔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2500만명을 넘었고 올해는 350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기존 방일 외국인이 가장 많았던 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으로 3188만명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 방문 외국인 소비액도 올해 약 8조엔(약 70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노믹스는 기업 수익성을 강화하고, 고용을 촉진하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언론에서는 "일본이 드디어 '잃어버린 30년'에서 탈피해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엔저 정책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초래했다. 엔저는 수출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지만, 수입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았다.
엔저로 인해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7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30년 동안 물가 상승을 경험하지 못한 일본인들에겐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 2년이 넘게 계속됐다. 그렇다고 임금이 오른 것도 아니었다.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임금은 지난 5월까지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내수·중소기업과 저소득층 가구는 이러한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통적으로 '엔저는 좋다'는 일본인의 인식이 '나쁜 엔저' 혹은 '슬픈 엔저'로 변화했다. 막상 마주한 슈퍼 엔저의 현실에선 기업들의 살만 찌우고, 정작 서민은 더욱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엔저는 일본의 경제 규모도 축소시켰다. 교도통신은 "2023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4조2308억달러(약 5833조원)로 예상된다"며 "일본은 독일에 역전돼 세계 4위로 한 계단 내려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채 발행 지속으로 인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인 260%(OECD 평균 137%) 이상인 것도 이번 정책 전환의 이유로 꼽힌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고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기시다 내각은 아베노믹스의에서 벗어나 엔저 정책을 완화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BOJ는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0~0.1%로 잡았던 정책금리를 0.25%로 올리는 추가 금리인상과 국채 매입액을 현재의 월 6조엔(약 54조1476억원) 정도에서 2026년 1~3월 3조엔까지 줄일 방침을 결정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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