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메기의 꿈`… 제4이통, 또 고배

김나인 2024. 7. 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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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스테이지엑스 선정 취소
자본금 2050억 미납입 등 '문제'
주파수 할당대가 10% 반환키로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자격 취소 예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간담회에서 사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스테이지엑스 제공

'7전8기' 제4이통 도전에도 이변은 없었다.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을 준비하던 스테이지엑스에 대해 정부가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을 최종 취소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 결정에 대해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을 주주들과 논의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스테이지엑스에 사전 통지한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취소에 대해 행정절차법상 청문 절차를 마치고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그간 절차에 따라 납부한 주파수 할당대가의 10% 수준인 430억1000만원을 반환 조치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청문주재자인 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서 전파법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필요사항을 불이행했다"며 "서약서를 위반한 만큼 선정 취소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31일 5G 28㎓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원의 최고 입찰액을 제시해 할당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자본금 2050억원을 납입하지 못한 점과 구성 주주와 주주 별 주식 소유 비율이 주파수 할당 신청서 내용과 다른 점이 문제가 돼 선정 자격이 박탈됐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처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7차례 실패의 주요 원인이었던 재정적 능력이 발목을 잡는 일 없이, 드디어 8번째 만에 고착화한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며 "정부가 현행 제도와 절차를 무리하게 해석해 아쉬운 결정을 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제4이통이 선정되면 고착화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변화를 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정부는 제4 이통사를 시장에 '메기'로 투입해 통신 3사로 굳어진 시장 구도에서 경쟁을 촉진해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2010년 이후 8번이나 추진했던 제4 이통 출범은 또다시 성과 없이 끝났다. 그간 제4 이통 도전자들은 컨소시엄 구성 단계 등에서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스테이지엑스 또한 스테이지파이브를 비롯해 야놀자·더존비즈온이 주주로 이름을 올렸지만 대기업 참여는 없었다.

과기정통부는 경제·경영·법률·기술 분야 학계 전문가와 유관기관 전문가들로 연구반을 구성해 주파수 할당제도 개선방안과 향후 통신정책 방향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조만간 중장기 주파수 공급 방향을 담은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 3사 구도에서 실질 경쟁을 촉진하는 또다른 방안이 마련될지도 관심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에 제4 이통이 꼭 있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상황이 긴박한지 등 고려 요소가 있다"며 "제4 이통이 (편의를 만족시키는) 한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형태로 만족시킬 수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다른 방식의 통신경쟁 촉진방안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통신 시장에 대한 문호는 여전히 개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시장에 긴장을 줄 수 있는 4이통이 탄생하려면 28㎓ 대역 주파수뿐 아니라 2.3㎓ 등 다른 중대역 주파수 대역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5G 28㎓ 대역은 속도는 빨라도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회절성이 떨어져 장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하다 보니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는 "정책지원 등 지나친 특혜를 줄 게 아니라 28㎓ 대역뿐 아니라 다른 중저대역 주파수 대역을 열어야 통신 시장에 의미 있는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 실효성을 높여 국내뿐 아니라 외국계도 준비된 사업자가 있으면 문호를 개방하는 노력을 해야 시장에서 유의미한 서비스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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