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에어컨 안나오는 송도 명품 아파트…주민 분통

홍현기 2024. 7. 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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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 부식으로 175세대 냉방 중단…유리 외벽 탓에 '찜통'
송도 더샵센트럴파크1차 아파트 [촬영 홍현기]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 고층 아파트에서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이 폭염 속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3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 더샵센트럴파크1차 입주자대표회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는 냉각 배관 부식으로 지난달부터 중앙공급식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 전체 729세대 가운데 175세대는 아예 냉방이 안 되고 있고, 다른 세대는 간헐적 냉방만 이뤄지고 있다.

전날 오후 5시께 찾아간 고층 세대의 내부 온도는 37∼38도에 달해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외부 겉면을 유리창으로 시공하는 '커튼월' 방식이 적용된 탓에 창을 통해 집 안으로 쏟아지는 열기에 더욱 취약하다.

이 아파트의 에어컨 설비는 냉각탑과 배관 부식으로 3∼4년 전부터 가동 중단과 부분 보수를 반복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일부 설비가 아예 작동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고층 세대 내부 [촬영 홍현기]

201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한국의 전통 바구니와 파도를 형상화해 송도에서 외관이 가장 수려한 '명품' 아파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외관 때문에 외벽에 실외기를 달 수 없다 보니 중앙냉방 대신 세대별 에어컨 설치도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 A씨는 "에어컨을 켜면 바로 꺼져버리고 억지로 작동하면 불이 날 수도 있다고 해서 아예 쓰지 않고 있다"며 "집에 있을 때는 너무 더워 속옷 차림으로 대리석 바닥 위에 누운 채 지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이가 있는 일부 가정에서는 비닐하우스 실내를 연상케 하는 열기 때문에 가족 일부가 친척 집이나 호텔에서 지내며 잠시 떨어져 지내고 있기도 하다.

주민 B씨는 "밤에는 안방에 선풍기 4대와 냉풍기를 가져다 놓고 겨우 잠을 청하고 있다"며 "아기가 있는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밖을 배회하거나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파트 옥상에 쌓인 부식 배관 [촬영 홍현기]

입주자대표회는 에어컨 배관 자재로 부식에 취약한 용융아연도금강관(백강관)을 사용해 현 사태가 빚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에어컨을 재가동하려면 부식된 냉각탑과 배관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는 1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은경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해안에 인접한 송도는 바다를 메워 조성된 만큼 염기(소금기)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내식성 자재를 써야 한다고 아파트 사용승인 조건에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직접 자재를 구해 확인한 결과 KS 인증을 받지 않았고 부식에도 약한 백강관을 냉각 배관으로 쓴 것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방서에는 냉각 배관으로 동·스테인리스·백강관을 쓰라고 적혀 있는데 이 중 가격이 낮은 자재로만 시공해 부식이 심해졌다"며 "송도 다른 아파트는 백강관을 쓰지 않고 있는 만큼 건설사가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동 멈춘 냉각탑 [촬영 홍현기]

그러나 포스코이앤씨는 시방서에 명시된 정상 자재를 사용했고, 이미 하자보수 기간이 끝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아파트 측의 에어컨 시설 유지·보수 소홀로 인해 이번 사태가 빚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백강관은 국가기술기준표준시방서에서도 냉각수 배관으로 쓸 수 있다고 명시된 자재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고 주민 주장과 달리 KS 인증 제품을 시공했다"며 "시공 문제가 아니라 유지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내부에 슬러지(침전물)가 쌓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아파트는 준공 10년 차에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나면서 최종 정산금 지급까지 완료했다"면서도 "주민 불편을 고려해 베푸는 차원에서 저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술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주민 민원에 따라 아파트 설계도서를 확인했으나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단은 최대한 시공사와 협의하면서 주민 피해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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