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방귀 속 메탄가스 줄이는 백신 나왔다
소화기관 발효균 억제해 메탄 배출 13% 감소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기업인 아르키아바이오(ArkeaBio)가 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막을 백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미국동물과학학회에서 소의 타액이나 소화관에 살며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을 줄이는 백신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나 양, 염소와 같은 가축은 풀을 소화하고 방귀나 트림을 통해 메탄을 배출한다. 메탄은 같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양은 적지만 25년 동안 온난화 효과는 80배나 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인류가 배출하는 메탄 중 약 32%가 가축에서 나온다. 가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 연구진이 고민하는 이유다.
소가 소화관의 첫 번째 부분인 반추위에서 풀을 되새김하면 미생물 발효가 일어나고 메탄이 부산물로 나온다. 아르키아바이오는 지난 18개월 동안 소의 소화계에 있는 메탄 생성 박테리아를 줄이기 위해 백신을 개발해 왔다. 백신은 소의 면역 체계를 자극해 침에서 메탄 생성 박테리아를 막는 항체를 생성하도록 한다.
30일(현지 시각)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보도에 따르면, 아르키아바이오는 소 5마리에 실험 시작 시점과 56일 차에 두 차례 백신을 접종했다. 실험 결과 백신을 맞은 소는 105일 동안 메탄가스를 다른 소보다 12.9% 덜 생산했다. 부작용이나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르키아바이오 연구진은 지난 6월부터 소 14마리를 대상으로 두 번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결과에 따르면 소 한 마리당 메탄 배출량이 최소 13% 감소했으며, 효과는 3개월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메탄 백신’이 메탄 생성 박테리아의 활동을 억제하는 기존 사료 첨가제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호주 스타트업 루민8은 해조류 기반의 사료첨가제가 소의 방귀와 트림을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첨가제는 소에게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낙농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목초지에서 방목하는 소는 몇 달 동안 인간과 접촉하지 않아 꾸준히 첨가제를 먹이기 어렵다. 반면 메탄 백신은 한 번 접종으로 50일 이상 메탄 억제 효과를 유지한다.
콜린 사우스 아르키아바이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미 블룸버그에 “생명공학 기술의 비용이 지난 5~10년 동안 상당히 낮아지면서 좋은 성과를 낼 만한 환경이 꾸려졌다”며 “가축 실험에서 예상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르키아바이오는 이미 육우와 젖소가 호흡기 질환이나 설사와 같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을 투여받고 있는 만큼, 기존의 약물 투여 때 백신을 같이 접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연구진은 백신이 메탄 배출량을 15~20% 가까이 줄이면서 효과가 3~6개월 동안 지속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3년 이내 백신을 시장에 출시해 5년 안에 소 수백만 마리에게 접종하는 것이 목표다. 사우스 CEO는 “실험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해 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백신으로 메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최초의 증거라고 평가한다. 알렉산더 흐리스토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아르키아바이오의 접근 방식이 좋아 보인다”면서 “효과가 있는지, 다른 생산 시스템에서도 일관된 결과를 내는지, 박테리아가 백신에 적응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키아바이오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대응 전문 투자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의 주도로 2650만달러(약 367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뉴질랜드 정부와 농업 기업체가 만든 파트너십에서도 새로운 투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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